무화과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무화과 / 김주완 곧 그는 일체를 생략한다 언제나 홀로 서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자리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자리 / 김주완 그대가 잠시 충만하는 나의 내용이던 밤, 우리의 형식은 구겨진 굴복이 되어 결핍의 세계를 넘고 있었다. 현란한 수사의 옷 속에서 허무는 푸들푸들 불안을 털어내며 소유와 점령에 탐닉하고 있었다. 반동의 억압을 제거하라. 아파트 문은 아직 분..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거기에 가면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거기에 가면 / 김주완 땅이 끝나면 바다가 되고 바다가 끝나면 땅이 되는 거기, 끝과 끝이 끝에서 만나는 거기에 가면 꽃잎 여린 한 점이 잠들고 있다. 밤새 뒤척이는 바다 곁에서 밀리고 밀리던 불편한 육신을 버리지 못해 익사하는 약한 의식이 흐느끼고 있다.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봄밤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봄밤 / 김주완 오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꿈같은 모습이다. 저문 기억의 지층에서 봄밤 깊은 가운데를 지나 소복하니 환한 웃음을 머금고 눈부신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욱한 벚꽃 숲속에 서면 문득 솟는 그리움 한 점, 나는 지금 가눌 길 없는 설레임으..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불씨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불씨 / 김주완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을 때만 빛이다. 넘치면 불일 뿐 한달음에 타버리는 눈물일 뿐 그리 그리 다둑이어 숨겨두고 늘 그만한 사랑으로 풀어내야 빛이 된다, 가치가 된다,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을 때만 꽃이다. 넘치면 해일 치달아 휩쓰는 바람..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장마 전선이 낮은 포복으로 남하하던 날, 산발하고 바다의 거대한 우울이 리아스식 해안을 짓뭉개고 있었다, 먼 집들과 비린 바다의 전신이 내려앉은 길가로 드문드문 불이 켜지고 꼬리를 지우며 거룻배가 하나씩 귀항하고 있었다, 바..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난로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난로 / 김주완 나를 안지 말아요.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저만큼 물러나 있어요. 누가 와서 지핀 불이 지금 내 속에서 지글지글 타고 있어요. 당신을 태우고 싶진 않네요. 아직은 남아 있어야할 시간이니까요. 남아있는 당신의 온전함 앞에서 마지막 내 뼈가 망..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소매물도에서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매물도에서 / 김주완 갈라져 바라봄으로 서있게 하는 것은 바다이다, 적막한 어둠의 밤 발치에 묻혀 짐승 같은 울음을 울게 하는 건 철썩이는 철썩이는 바다이다, 상현달 하늘 끝에 상심으로 지고 하나이면서 그러나 두 개의 섬으로 우리들 아픈 눈물 넘치는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저녁에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저녁에 / 김주완 파란 그대의 사랑과 보오얀 내 사랑이 물방울로 만나 모양 바꾸며 흘러가듯 이슬인 듯 얼음인 듯 소나기인 듯 그렇게 오래 달라져 가듯, 죄다 내 것이 아닌 죄다 그대 것도 아닌 좁디좁은 우리의 터전에서 무얼 아는가. 볼 수 있는가, 물속에 묻..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
9월을 보내며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9월을 보내며 / 김주완 망초꽃이 지고 달맞이꽃도 졌다. 그 여름이 자나자 몇 개의 무늬를 만들며 자욱한 소리들이 스러져 갔다. 그 해 9월의 그곳은 그러나 남아 있는 섬이다. 뿌리 없이 떠도는 적막한 표류, 무너짐과 흩어짐의 현장 사이로 빈 창 너머 언덕을 내..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