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봄밤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1:02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봄밤 / 김주완



오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꿈같은 모습이다.

저문 기억의 지층에서

봄밤 깊은 가운데를 지나

소복하니 환한 웃음을 머금고

눈부신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욱한 벚꽃 숲속에 서면

문득 솟는 그리움 한 점,

나는 지금

가눌 길 없는 설레임으로 떤다.

투명하게 희고 순한 꽃잎

낮게 낮게 땅으로 뉘어

내 지난날의 걸음을

온몸으로 받쳐 닦아내던 마음,

여리디 여린 마음자락이

하늘 가득 내려서고 있다.

멀리 묻힌 영혼의 숨결이

숲의 그늘을 물빛으로 적시는 봄 밤.

오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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