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봄밤 / 김주완
오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꿈같은 모습이다.
저문 기억의 지층에서
봄밤 깊은 가운데를 지나
소복하니 환한 웃음을 머금고
눈부신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욱한 벚꽃 숲속에 서면
문득 솟는 그리움 한 점,
나는 지금
가눌 길 없는 설레임으로 떤다.
투명하게 희고 순한 꽃잎
낮게 낮게 땅으로 뉘어
내 지난날의 걸음을
온몸으로 받쳐 닦아내던 마음,
여리디 여린 마음자락이
하늘 가득 내려서고 있다.
멀리 묻힌 영혼의 숨결이
숲의 그늘을 물빛으로 적시는 봄 밤.
오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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