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불씨 / 김주완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을 때만 빛이다.
넘치면 불일 뿐
한달음에 타버리는 눈물일 뿐
그리 그리 다둑이어 숨겨두고
늘 그만한 사랑으로 풀어내야
빛이 된다,
가치가 된다,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을 때만 꽃이다.
넘치면 해일
치달아 휩쓰는 바람의 횡포,
속의 파아란 속씨 속에
깊이깊이 감추고 다둑여야
꽃으로 핀다,
나부끼는 불꽃으로 벙근다.
꽃이 되기 위해
빛이 되기 위해
지금 그대만 참으라 하고
숨어라 하고, 묻히라 하고
잦아들어 이로운 불씨 되어라 하는 건
......
꼭 알맞은 때,
더도 덜도 아닌 그때만 열이다,
따뜻함이다.
온몸으로 아프게 부서져 나간
쓸쓸한 그대의 잔해를 꾹꾹 눌러
온밤 내 다둑거려 잠재워야
불이 되는 빛
열기가 되는 꽃, 그대는
무력한 내 영혼의 심장이 된다,
강림하는 신神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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