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50

떠오르는 저 편 1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 / 김주완 밤 두시의 적도에서 바랜 양피지를 벗기면 거기 웅크린 어둠이 나오곤 한다. 어둠 속에서 앓는 자작나무 한 그루 거기 붉은 그림으로 걸려 있다. 혼곤한 지상의 잠을 깨우는 그대 파열하는 신음의 파편, 절망하면서 저항하면서 눈물이 ..

떠오르는 저 편 2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2 / 김주완 밤마다 죽는 연습을 한다. 잠자리에 들면서 못 다한 일들을 염려하며 이대로 눈 못 뜰지도 모를 내일 아침을 생각한다. 허둥대며 바람결에 밀리다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문득 일몰에 선 홀연한 낙엽 같은, 온 몸 부서져도 눈 감..

떠오르는 저 편 3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3 / 김주완 우리 그대로 있자. 다가서지도 물러나지도 말며 그냥 그대로 있자. 가슴 열면 까마득한 창공 우리의 자리가 면도날인 한, 인륜의 두터운 그늘 아래 한 다발의 환상이 시들고 설사, 남은 뼈들조차 흩어져 간다 하더라도 안타까이 부르지..

떠오르는 저 편 6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6 / 김주완 술이라면 술 취한 몽롱이라면 깰 때가 되었다. 불면의 밤과 어둠 사이에서 가장 은밀한 자람이라 해도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누가 죄를 만드는가. 눈 감은 가지마다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가, 무모한 눈물 한 방울 떨 구 면 천지는 물..

떠오르는 저 편 5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5 / 김주완 그들이 쫓는 것은 무엇인가, 따르는 것은 끌리는 것, 고개 숙이는 것은 무엇인가, 언제 그들은 행복한가, 즐겁게 편하게 신나게 그들의 하루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절실하게 그들이 구하는 것은, 쫓고 따르고 끌리고 고개 숙이..

떠오르는 저 편 7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7 / 김주완 와서 닿는 건 따뜻함이다. 벙글어 꽃 같은 웃음이다. 소리 없이 다가 와 가슴 꽝꽝 두드리는 눈물이다. 결빙의 때 낀 껍질을 뚫고 짱짱히 피어나는 저 은총의 습윤한 숨결, 가지지 않은 그대와 나 시대의 변두리에서 고개 숙이며 숙이며..

떠오르는 저 편 8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8 / 김주완 순환도로를 달리며 내가 생각한 것은 문제, 시와 지배와 쓴웃음 정감의 정신과 살의 상호관계, 결국은 문제의 문제의 자욱한 안개로 피는 분수 같은 이의異義의 반란. 꽃잎이 자라고 꽃잎이 떨어지고 그러나 나무가 있고 정원이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