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1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그 날 1 / 김주완 얼굴을 만져도 말이 없습니다. 성긴 백발을 쓰다듬어도, 비벼도 비벼도 식어 갑니다. 아무도 울지 못합니다. 천둥이 듯, 하얀 건 까맣고 까만 건 그저 하얗습니다. 누님이 손을 주무릅니다. 용龍이가 오고 동東이가 오고 며느리, 손자, 손녀가 무더기 무더기 당..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그 날 2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그 날 2 / 김주완 때 놓치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성화로 먼 길 입고 갈 새 옷 찾아 입힙니다. 잎 떨구어 낸 마른 둥치에 떨어진 잎들이 몰려드는 어릴 적 마당가 감나무 아래 어릿한 눈으로 불거진 뿌리줄기가 어늘거립니다. 머리털, 손톱, 발톱 조금씩 모아 깊이깊이 간직하시..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다음 날 1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다음 날 1 / 김주완 아버지가 글씨를 씁니다. 금박물병 자형이 흔들어 들고 아버지의 만취가 휘청대는 붓끝으로 글을 씁니다. 빠져나간 아버지의 정신이 붓끝으로 살아나 펄펄 뛰며 어머니를 나무랍니다. 칠흑 옻칠 올린 관 위로 흔들리는 남은 자의 슬픔, 아버지의 노여움이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다음 날 2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다음 날 2 / 김주완 저녁에 장의사가 옵니다. 음력 섣달그믐의 어둠 내리고 수런수런 사람들이 다녀가도 어머니는 세상모르고 누워만 있습니다. 뚜둑 뚝 염포가 동여져도 어머니는 무심한 잠만 잡니다. 하이얀 조선종이로 마지막 얼굴을 덮고 어머니의 전신이 싸여집니다. 접..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다음 다음 그 다음 날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다음 다음 그 다음 날 / 김주완 1 새벽녘에 싸락눈 조금 내리고 얼어붙은 겨울 끝에서 아침이 옵니다. 쫓기는 절차에 어머니는 순순히 범어동 골목길을 나서고 꽃상여차가 뒤를 따릅니다. 매달려 가며 떨군 우리의 눈물이 벌판 끝에서 간밤의 싸락눈으로 결빙하고 있습니다.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사십구 재齋 1-초재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사십구 재齋 1 / 김주완 -초재 신동 백운사 법당에 어머니 모셔두고 초재를 지냅니다. 눈 같은 소복의 딸과 며느리가 오고 말 없는 아들, 사위가 와서 손자, 손녀도 더러는 와서 석가모니불 전에 지장보살님 전에 관세음보살님 전에 절하고 절하고 절하며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
사십구 재齋 2 -사재 / 김주완 [제2시집『어머니』(1988)] 사십구 재齋 2 / 김주완 -사재 저승길 노잣돈 형제마다 놓으며 엎드려 시왕번十王幡에 빕니다. 제일 진광대왕 제이 초강대왕 제삼 송제대왕 제사 오관대왕 제오 염라대왕 제육 번성대왕 제칠 태산대왕 제팔 평등대왕 제구 도시대왕 제십 오도전륜대왕 현치 스님의 발원송이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201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