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난로 / 김주완
나를 안지 말아요.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저만큼 물러나 있어요.
누가 와서 지핀 불이
지금 내 속에서
지글지글 타고 있어요.
당신을 태우고 싶진 않네요.
아직은 남아 있어야할 시간이니까요.
남아있는 당신의 온전함 앞에서
마지막 내 뼈가 망가지고 싶거든요.
툭 툭 울음소리 하나 남기면서요.
그러나 나는 오늘 외로워요.
섣달의 추위 속에서 이는
반역의 열병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뒤로 멀리 돌아와 살며시
도닥거려 잠재워 주어요.
저만큼 떨어져서 눈빛으로만
나를 안아 주어요.
검고 깊은 당신의 눈 속으로 들어가
붉게 붉게 피는
나는 꽃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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