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난로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0:56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난로 / 김주완



나를 안지 말아요.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저만큼 물러나 있어요.

누가 와서 지핀 불이

지금 내 속에서

지글지글 타고 있어요.

당신을 태우고 싶진 않네요.

아직은 남아 있어야할 시간이니까요.

남아있는 당신의 온전함 앞에서

마지막 내 뼈가 망가지고 싶거든요.

툭 툭 울음소리 하나 남기면서요.

그러나 나는 오늘 외로워요.

섣달의 추위 속에서 이는

반역의 열병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뒤로 멀리 돌아와 살며시

도닥거려 잠재워 주어요.

저만큼 떨어져서 눈빛으로만

나를 안아 주어요.

검고 깊은 당신의 눈 속으로 들어가

붉게 붉게 피는

나는 꽃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