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0:58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장마 전선이 낮은 포복으로

남하하던 날, 산발하고

바다의 거대한 우울이

리아스식 해안을

짓뭉개고 있었다,


먼 집들과 비린 바다의 전신이

내려앉은 길가로 드문드문

불이 켜지고

꼬리를 지우며 거룻배가

하나씩 귀항하고 있었다,


바다를 모르는 자들이

한 떼 서리 먼지를 안개

속으로 털고

바다는 창가에서

무채색의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은하계를 떠나온 헐벗은

별똥이 아래로 떨어져

그의 숨소리를

가까이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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