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장마 전선이 낮은 포복으로
남하하던 날, 산발하고
바다의 거대한 우울이
리아스식 해안을
짓뭉개고 있었다,
먼 집들과 비린 바다의 전신이
내려앉은 길가로 드문드문
불이 켜지고
꼬리를 지우며 거룻배가
하나씩 귀항하고 있었다,
바다를 모르는 자者들이
한 떼 서리 먼지를 안개
속으로 털고
바다는 창가에서
무채색의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은하계를 떠나온 헐벗은
별똥이 아래로 떨어져
그의 숨소리를
가까이 듣고 있었다,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밤 / 김주완 (0) | 2011.03.14 |
---|---|
불씨 / 김주완 (0) | 2011.03.14 |
난로 / 김주완 (0) | 2011.03.14 |
소매물도에서 / 김주완 (0) | 2011.03.14 |
저녁에 / 김주완 (0) | 2011.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