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호(통권 105호) 수록 [신작시특집] 3편 위지악 이선기인울* /김주완 -음악 노년이 되면서 맑고 높은 음에서 눈물이 난다 청력을 잃은 음악가는 눈물의 높이에 음자리를 그렸을까 동굴 벽을 뚫고 나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어두운 바닥에 부딪쳐 온몸이 부서질 때 비로소 가늘고 맑은 소리가 된다 술대를 튕기면 떨어지는 소리 한 방울 튀어서 귀먹은 가슴에 들어서듯이 안에서 밖으로 베풀면 안은 비워지고 넓어져서 편안해진다 집 안에 빈 하늘이 있고 빈 땅이 있어 그 사이로 해가 들어온다 따뜻하고 곧고 하얀 햇살들이 빈 구석구석을 밝히고 덥힌다 오, 베풂과 들어섬의 성스러움이여 높고 구성진 소리는 귓속의 어둠을 밝히며 가슴의 동공을 후려친다 터져 나온 강물이 굽이치는 설움의 물결 최고의 말은 무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