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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촌 이필주 문집 서시_돌밭에 피는 영원의 꽃/김주완

광주이씨 석전종중, 心村 李弼柱 八旬紀念文集, 『돌밭과 因緣』, 대구:대보사, 2024.10.01., 58~61쪽. [서시(序詩)] 돌밭에 피는 영원의 꽃  김주완시인, 철학박사, 대한철학회장, 대구한의대 교수 돌밭은 돌만 있는 밭이 아니라옥(玉) 같은 사람이 나와 옥밭이며학(鶴) 같은 선비 정신이 솟아 강학의 터전입니다백일홍 붉은 꽃잎과청렬한 고드름처럼 반짝이는 지고지순이천년 동안 피는 언덕 위의 꽃밭입니다 동산에 집 이 있어만년을 넘어아침마다 붉은 해가 뜹니다 420세 낙촌 선생이남한산성 임금님을 사모하며해 뜨는 동쪽 매원을 거닙니다 잔설 날리는 대숲을 나와잔가지 창공으로 벋은 회화나무 아래로도포자락 흰 눈처럼 휘날리며강직한 바위로 높이 선 옥안의 영의정401세 귀암의 등 뒤로일곱 빛깔 눈부신 무지..

<시 감상> 시로 읽는 철학/김인숙(시인)_김주완 시, <주역 서문을 읽다> 감상

2018년 봄호(통권 97호) 수록 - 기획연재- 동인의 추천시  [시] 주역 서문을 읽다   ― 경당일기  을묘년乙卯年(1615년) 7월 병오丙午(1일)  /   김주완    400세 조선 경당敬堂이 900세 송나라 정이程頤를 만나는 아침, 어제는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굵은 비의 혀가 만 가지 단서를 일으켜 참과 거짓의 경계를 가르니 지극히 큰 밝음이 어둠을 밀어냈다, 꿈속에서 서애 류 선생을 뵈었다 닭이 울어 새벽에 깨었다, 다시 잠들 수 없어 주역 서문을 읽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걸어 묻는다, 선생의 선생은 말을 콩처럼 골라서 답변을 하는데 분별이 어렵다, 하늘과 땅의 정적이 둥글게 부풀어 일어서고 있다 오래도록 가물다가 비가 내리니 모든 백성이 모를 옮겨 심는데 검은 머리 아이와 흰머리 ..

<시 감상> 되돌아 나오는 슬픔/김선자(시인)_김주완 시, <나무는 나무의 몸을 모르고> 감상

2018년 가을호(통권 99호) 수록 - 기획연재- 동인의 추천시 [시] 나무는 나무의 몸을 모르고/김주완 강의 서쪽에 그녀의 집이 있네 자동차로는 못가는 길 걸어서 가야만 하네 철교를 지나서 심장을 움켜쥐고 굽이굽이 꺾어들면 휘영청 돌아가는 한적한 길이 있네 인적 드문 하늘길 강길 높이 뜬 둘레길이네 눈 내린 새벽이면 저벅저벅 발자국이 푸른 도장으로 찍힌다네 갓 감고 나온 숱 많은 그녀 머릿결 늘어질 때쯤 보름달 대문은 열려 있지만 조용히 기웃거리다가 밤 깊은 사람은 돌아오네 나무는 나무의 몸을 모르고 성스러운 집은 잡인을 금하느니 스스로 높이 받들어야 존귀해지기 때문이네 몰래 가슴에 담아 오기만 해야 하네 내가 남긴 발자국 조용히 닦아내며 안개처럼 스러지며 돌아와야 하네 집이 아름다운 것은 높이 혼자..

[시] 위지악 이선기인울 외 2편/김주완

2020년 봄호(통권 105호) 수록 [신작시특집] 3편 위지악 이선기인울* /김주완 -음악 노년이 되면서 맑고 높은 음에서 눈물이 난다 청력을 잃은 음악가는 눈물의 높이에 음자리를 그렸을까 동굴 벽을 뚫고 나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어두운 바닥에 부딪쳐 온몸이 부서질 때 비로소 가늘고 맑은 소리가 된다 술대를 튕기면 떨어지는 소리 한 방울 튀어서 귀먹은 가슴에 들어서듯이 안에서 밖으로 베풀면 안은 비워지고 넓어져서 편안해진다 집 안에 빈 하늘이 있고 빈 땅이 있어 그 사이로 해가 들어온다 따뜻하고 곧고 하얀 햇살들이 빈 구석구석을 밝히고 덥힌다 오, 베풂과 들어섬의 성스러움이여 높고 구성진 소리는 귓속의 어둠을 밝히며 가슴의 동공을 후려친다 터져 나온 강물이 굽이치는 설움의 물결 최고의 말은 무언이다..

[수필]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김주완

[수필] 2022년 가을호(통권 115호) 발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김주완 시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의 하나가 라는 명제이다. M. 하이데거가 처음으로 규정한 이 명제는 그러나 시 창작에만 한정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이 명제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다. 하이데거는 R. M. 릴케의 20주기를 맞은 1946년에 릴케를 회상하고 그의 시를 분석하는 논문 한 편을 조그마한 교회에서 발표한다. 논문의 제목은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이며 이 논문 가운데서 하이데거 자신의 유명한 명제 가 최초로 등장한다. 하이데거는 철학자이면서 그 자신도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릴케의 시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가운데서 현존재를 분석하는 하이데거 자신의 존재론이 구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인 릴케도 철학을 ..

<시와 산문> 2018년 여름호(통권 98호)_[신작시특집]_근곡* 선생의 달빛 조상(彫像) 외 2편 / 김주완

2018년 여름호(통권 98호)_[신작시특집]_근곡* 선생의 달빛 조상(彫像) 외 2편 / 김주완 김주완 1949년 경북 왜관 출생. 1984 「현대시학」 등단. 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 「그늘의 정체」, 「주역 서문을 읽다」 외. 카툰에세이집 「짧으면서도 긴 사랑 이야기」. 저서 「미와 예술」, 「아름다움의 가치와 시의 철학」 외. 근곡* 선생의 달빛 조상(彫像)/김주완 낙동강은 동쪽으로 흐르고 하늘에는 뭉게구름 인다 바람 불면 일어서는 억새풀, 흘러 낮은 곳에 처한 자는 강을 섬기고 땅에 발 딛고 하늘을 머리에 인 모 심고 밭 가꾸는 사람이 참 사람이라 하늘 아래 하늘이 되는데 하늘수박 익는 천봉산 후한 자락의 근곡 선생이 다함없이 높은 고을 상주(尙州)를 꺼내 닦는 새벽 은척동학교당의 ..

[교육칼럼] 아름다운 하루/김주완

아름다운 하루 김주완(시인, 철학박사, 전 대구한의대 교수) 아름다운 하루를 살자>, 눈뜨자마자 이런 다짐을 루틴으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역동적으로 살자', '순리적으로 살자' 이러한 다짐도 있을 수 있다. 전자는 동물적이고 후자는 식물적이다. '보람차게 살자', '신나게 살자' 이런 다짐은 의욕적이긴 하지만 진부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남으로부터 피해를 입지도 말자' 이런 다짐은 도덕적이거나 전투적이다. 무릇 다짐이라는 다짐들에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힘이 많이 들어가면 어느새 인간은 사라지고 힘만 남는다. 아름답게 살자>는 자기 다짐은 부드럽다. 도덕적이거나 전투적이지 않고 진부하지도 않다. 아름다운 하루>는 어떻게 살아야 만들어지는 것일까? 삶은 본질적으로 물질 반, 정..

나의 이름들/김주완

나의 이름들 김주완 나는 의성김씨 33세손, 의성군 25세손, 문절공 21세손, 관란재공 14세손, 노회당 6세손이다. 나는 몇 개의 이름을 가지고 한 생을 살았다. 관명은 김주완(金柱完)이다. 1949년 출생과 함께 불린 이름으로 호적과 주민등록 등 공부상에 등재된 공식적인 이름이다. 주로 이 이름으로 나는 한 생을 살아왔다. 글자의 뜻은 , , 이다. 풀어 쓰면 정도의 뜻이 된다. 또는 의 뜻도 된다. 강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쇠기둥처럼 완전하게 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싶었겠지만 때로는 뒤뚱거리거나 넘어지면서 살았다. 자(字)는 대산(大山)이다. 아버지께서 족보에 그렇게 올려놓으셨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를 부르는 문화가 사라짐으로써 단 한 번도 남으로부터 불린 일이 없는 ..

아호 청고(靑皐)/김주완

아호 청고(靑皐) 김주완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장윤수 박사가 나의 아호를 지어 주었다. 청고(靑皐), 우리말로는 푸른 언덕>이다. 장윤수 박사와 나는 경북대 철학과 동문 사이이다. 학교를 먼저 다녔다는 이유로 내가 선배가 되는데 기수 차이가 제법 나서 재학 시절에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대한철학회에서 만나 여러 일들을 같이 하면서 의기투합하여 가까워졌는데 그 우정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동양 철학(유가 철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잘 알려진 석학이다.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중국 시베이대학 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동양철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키는 작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