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래톱 1 / 김주완 [2010.09.03.] [시] 모래톱 1 / 김주완 강의 얼굴이 저리 매끈하고 정적 같은 수평일 수 있는 것은 모래톱 때문이다 천년만년 하루같이 정교한 목수의 손길로 강물을 톱질해 온 모래톱, 강의 연한 육질을 날 선 이빨로 소리 없이 켜고 있는 모래톱 모래톱은 평등을 만들면서도 스스로는 뾰족뾰족 푸른 날을 세우고 있..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9.03
[시] 귀 9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9 / 김주완 귀를 열어라 귀를 세워라 밝아야 하느니 뚫려야 하느니 따갑고 아프고 여리고 질긴 귀라는 귀는 모두 팔아선 안 되느니 밖으로 들어서도 안 되느니 씻고 세워야 하느니 요구는 이리 많은데 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담거나, 흘리는 일 뿐이다 너무 단순한 귀의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감상]찔레꽃/김주완[경북일보/김종섭] 찔레꽃/김주완 기사입력 | 2010-03-11 도로 옆으로 우뚝 솟은 못둑길 지나 양계장으로 오르는 황토 산길에는 자욱이 내려앉은 찔레꽃 덤불 있었다. 마른버짐 덮어쓴 어린 연화누나 홑치마는 찔레꽃 냄새 흩뿌리며 펄럭였다. 역한 노린내가 진동하는 양계장에선 날마다 계란이 소쿠리 째 나왔지만 남김없.. 시 · 시 해설/시 해설 2010.03.11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7] 가시연꽃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7)> 가시연꽃 가련한 모습이 보고 싶거던 연밭으로 가거라 울컥울컥 피를 토하듯 그리움이 솟구쳐 오르거던 해평 금호 연지로 가거라 까칠하게 한으로 돋은 가시연꽃이 거기 있느니 물 아래 발 담그고 둥둥 떠서 그대 기다리고 있느니 손대지 말고 가만히 보고만 오거라..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8.15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6] 연밭에서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6)> ' 연밭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벗어나지 못하는 뻘밭에 발 묶여 있으면서도 못둑길 환하게 밝히는 은은한 미소 머금고 있다 저승길 가신 어머니 저 모습으로 살피고 있을까 고단한 우리의 하루를 저리 포근하게 감싸고 있을까 아침 이슬 머금은 연꽃 한 송이 벌어지고..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8.08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5] 나팔꽃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5)> 나팔꽃 2 굳이 유혹하지 않아도 가슴 저린 빛깔이다 아침 이른 산들바람에 온몸 바르르 떨며 갸웃이 고개 내밀어 천치처럼 말갛게 웃는 눈물겹게 가련한 얼굴이다 다 놓아버리고 사랑해도 좋을 여자, 잘룩하게 고무줄 맨 통치마 보얗게 부풀려 활짝 펼치는 애잔한 여..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8.01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4] 나팔꽃 1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4)> 나팔꽃 1 가파른 외줄을 타고 밤새워 올라왔는데 살이 파이도록 감고 감으며 올랐는데 뽀샤시한 얼굴 활짝 열고 이른 새벽부터 환하게 기다렸는데 부~부~ 소리 없는 나팔 불며 신이 났는데 막상 그대 오시면 펄펄 끓는 불덩이로 다가오시면 나는 배배 시들고 마네요 ..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7.25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3] 묵정밭 산딸기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3)> 묵정밭 산딸기 2 묵밭을 찾는 발길이 없다, 가꾸지 않고도 거둘 수 있는 곳, 공들이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곳, 버려진 땅은 덤불숲이 되어 내어줄 준비를 마치고 있다, 손길을 가리지 않는다, 발갛게 잘 익은 산딸기, 누가 오든 상관을 않는다,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 ..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7.18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2] 장마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2)> 장마 2 온몸으로 오래 비를 받고 있는 나무 잎으로 가지로 뿌리로 필요한 만큼만 채우고 흘려보낸다 답답하게 내려앉은 풍요 속에서 비만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는 그래서 도랑과 시냇물을 거느리고 멀고 긴 강도 휘어잡고 있다 가지 벋어, 하늘마저 움켜쥐는 것이다 ..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7.11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머릿결처럼 풀잎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이다 풀잎들의 몸을 짓이기면서 한바탕 법석을 떨고 간 광란의 뒤끝은 허탈하다 바람이 와서 쓰러진 풀잎들을 연신 깨우고 있다 부러진 늑골과 상한 풀잎의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가느라 서걱.. 시 · 시 해설/시 해설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