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자리 / 김주완
그대가 잠시
충만하는 나의 내용이던 밤,
우리의 형식은 구겨진 굴복이 되어
결핍의 세계를 넘고 있었다.
현란한 수사의 옷 속에서
허무는
푸들푸들 불안을 털어내며
소유와 점령에 탐닉하고 있었다.
반동의 억압을 제거하라.
아파트 문은
아직 분노하지 않고 있다.
자정 가까이에서 진한
구석의 후리지아 향기가
지금은 자유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엉뚱한 데서 서성인다.
잘못 아닌 어떤 곳에도
자리는 없다.
내가 그대의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바로 나의 것이므로
내 사랑과 내 슬픔은
그리하여 늘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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