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뭇가지 3 / 김주완 [2012.06.26.] [시] 나뭇가지 3 / 김주완 굳이 아래를 내려보지 않는다 오만할 일 없다 높이 높이 위로만 향하는 시선 한없이 낮게 있는 자신을 아는 겸손의 눈길이다 바람이 와서 아무리 집적여도 말없이 그저 흔들려 주는 나뭇가지는 낮아도 높이 있는 자존, 푸른 잎들조차 절도 있게 내건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6.26
[시] 나뭇가지 2 / 김주완 [2012.06.26.] [시] [월간 한국시 2014년 1월호(통권 297호) 51쪽 발표] 나뭇가지 2 / 김주완 일몰의 둑마루길을 늙은 여인이 가고 있다 유모차에 꽂힌 양산 위 빨간 장미 한 송이 나비처럼 얹혀서 간다 무성했던 잎들 다 떨구고 마른 강줄기 옆을 기듯이 느리게 혼자 간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6.26
[시] 나뭇가지 1 / 김주완 [2012.06.26.] [시] 나뭇가지 1 / 김주완 봄이 와도 잎이 돋지 않는 삭신 남들은 화들짝 꽃 피우고 꽃샘바람 불면 연초록 새싹 내미는데 툭, 문득 부러지는 마른 가지 하나 지난겨울에 얼어 죽은 시신 누구도 수습하지 않는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6.26
[시] 옹알이 2 / 김주완 [2012.04.03.] [시] 옹알이 2 / 김주완 범어네거리 대형 전광판이 벙어리가 되었다 유명 탤런트의 얼굴과 광고 문구가 모두 사라졌다 지르르, 줄을 지어 흐르는 네모 난 점들 …… …… …… 곧 영상이 뜰 것 같은 어눌한 전광판이 옹알이를 한다 …… …… …… 꿈속의 면접 대기실 같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4.03
[시] 신身과 신神 / 김주완 [2012.03.27.] [시] [2016.10.04. 언령 11집 기고] 신身과 신神 / 김주완 산 자가 죽은 자를 싣고 화장장으로 간다 무겁게 지고 온 박피된 생애를 세상 어느 구석에 벗어둔 채 나무토막처럼 꼼짝 못하고 실려 온 신身, 산 자의 훌쩍이는 짧은 기도가 끝나자 미끄럽게 목관을 빨아들이는 화구, 유리벽 너머 아득..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3.27
[시] 뼈가 없다 / 김주완 [2012.03.27.] [시] 뼈가 없다 / 김주완 그의 말은 주변의 주변부터 시작된다 누구를 만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사람을 알게 된 경위와 그의 가족들이 종사하는 직업과 인간성, 주위의 평가 같은 관심도 없는 말들을 지겹게 늘어놓다가 다시 그와의 친분이나 그 집 조상들의 내력으로 이어지다가 그의 비..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3.27
[시] 거부반응 2 / 김주완 [2012.03.13.] [시] 거부반응 2 / 김주완 액자를 걸려고 아파트 거실 내벽에 못 구멍을 뚫었다 회전속도를 조금씩 높이며 전동드릴의 손잡이에 힘을 더했다 드릴비트가 벽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치륵치륵 제자리에서 공회전 하던 드릴비트가 한 순간에 부러진다 벽도 통증을 느꼈던가 거부는 강력했다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3.13
[시] 약목 弱木 /김주완 약목 弱木 /김주완 책갈피에 꽃잎을 끼우듯 강둑에 앉아 저린 사랑 다릿발에 깃발처럼 걸어 두고 어린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랑 끝에 놓인 붉은 길 내내 저리 가지런했으면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3.04
[시] 딱지가 덜 떨어진 사람 / 김주완 [2012.02.14.] [시] 딱지가 덜 떨어진 사람 / 김주완 첫 만남에서 남자가 내민 명함 이면에는 무슨 무슨 현직이 수두룩뻑뻑했다 봉사단체와 관변단체 회장을 여러 개 맡고 있었고 시인, ○○문협 지부장에 처음 보는 문학상을 몇 개 받은 경력도 있었다 거기다가 은근히 부동산과 돈 자랑도 곁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2.17
[시] 눈길 4 / 김주완 [2012.01.31.] [2012.11.20. 『언령』 7집 발표] [시] 눈길 4 / 김주완 말 할 때는 서로 눈을 보아라 눈길 맞추어라 너는 내 눈을 보고 나는 네 눈을 보면서 눈과 눈 사이로 가로놓이는 길 눈길을 따라 속말이 오고 간다 귀로는 듣지 못하는 속마음이 오고 간다 오가는 눈길이 마주 열리면 숨길 것이 없어진다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