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딱지가 덜 떨어진 사람 / 김주완
첫 만남에서 남자가 내민 명함 이면에는 무슨 무슨 현직이 수두룩뻑뻑했다 봉사단체와 관변단체 회장을 여러 개 맡고 있었고 시인, ○○문협 지부장에 처음 보는 문학상을 몇 개 받은 경력도 있었다 거기다가 은근히 부동산과 돈 자랑도 곁들였다 다리를 깊숙이 꼬고 앉아 아이스초콜릿카페라테를 훌쩍훌쩍 숭늉처럼 마시고 얼음까지 버석버석 깨물어 먹었다 흐물흐물 내 실크 블라우스의 깃을 건너다보는 눈길, 음흉하기까지 했다 요컨대 딱지가 덜 떨어진 속물, 선거에 나올 사람 같기도 했다
끈질기게 묻는 내 휴대폰 번호, 그날 나는 엉뚱하게 가르쳐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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