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뼈가 없다 / 김주완 [2012.03.27.]

김주완 2012. 3. 27. 13:18


[시]


             뼈가 없다 / 김주완


그의 말은

주변의 주변부터 시작된다

누구를 만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사람을 알게 된 경위와 그의

가족들이 종사하는 직업과 인간성, 주위의 평가 같은

관심도 없는 말들을 지겹게 늘어놓다가

다시 그와의 친분이나 그 집 조상들의 내력으로 이어지다가

그의 비행이나 치정도 은근슬쩍 비추다가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를 만나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송두리째 빠트린 채

소나무 껍질 같은 짜증만 덕지덕지 주변에 남긴 채

그의 말은

주변의 주변에서 끝나고 만다


요령부득인 그의 말에는 요컨대 뼈가 없다


그래도 하얀

치아가 반짝이는 그는 뼈 없는 푼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