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시 해설 72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4] 나팔꽃 1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4)> 나팔꽃 1 가파른 외줄을 타고 밤새워 올라왔는데 살이 파이도록 감고 감으며 올랐는데 뽀샤시한 얼굴 활짝 열고 이른 새벽부터 환하게 기다렸는데 부~부~ 소리 없는 나팔 불며 신이 났는데 막상 그대 오시면 펄펄 끓는 불덩이로 다가오시면 나는 배배 시들고 마네요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3] 묵정밭 산딸기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3)> 묵정밭 산딸기 2 묵밭을 찾는 발길이 없다, 가꾸지 않고도 거둘 수 있는 곳, 공들이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곳, 버려진 땅은 덤불숲이 되어 내어줄 준비를 마치고 있다, 손길을 가리지 않는다, 발갛게 잘 익은 산딸기, 누가 오든 상관을 않는다,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2] 장마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2)> 장마 2 온몸으로 오래 비를 받고 있는 나무 잎으로 가지로 뿌리로 필요한 만큼만 채우고 흘려보낸다 답답하게 내려앉은 풍요 속에서 비만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는 그래서 도랑과 시냇물을 거느리고 멀고 긴 강도 휘어잡고 있다 가지 벋어, 하늘마저 움켜쥐는 것이다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머릿결처럼 풀잎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이다 풀잎들의 몸을 짓이기면서 한바탕 법석을 떨고 간 광란의 뒤끝은 허탈하다 바람이 와서 쓰러진 풀잎들을 연신 깨우고 있다 부러진 늑골과 상한 풀잎의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가느라 서걱..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0] 풀잎 4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0)> 풀잎 4 밟을 테면 밟으세요 내 몸 찢기고 부서져도 나는 죽지 않아요 새 몸 다시 만들어 나서거든요 나는 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땅 속 깊이 흙살 거머쥔 뿌리로 살거든요 나를 밟는 당신의 신발 밑창이 닳아서 세상 끝으로 마침내 미끄러지고 말 거예요 나는 밟히..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9] 풀잎 3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9)> 풀잎 3 가장 낮게 내려온 바람을 내 손 끝으로 붙들고 있어요 움켜쥐면 달아나고 말아요 쓰다듬어도 안 되지요, 여리고 부드러운 것은 가만히 손만 대고 있어야 해요 때 되어 부석부석 말라가는 손에 잠시 머물러 주는 바람에 감사해야 해요 내게는 바람이 어머니에..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8] 풀잎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8)> 풀잎 2 풀잎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가는 풀잎의 끝에서 끝으로 옮겨가며 내 어두운 귓전까지 다다른 곱고 가늘고 부드러운 음성, 질기지도 거칠지도 높지도 않게 나지막이 소곤대며 사실이냐고 했다 정말 사실이냐며 칭칭 나를 동여매던 여린 음성, 풀물 줄줄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7] 풀잎 1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7)> 풀잎 1 아침마다 내가 싱싱해지는 것은 밤새 누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어둠 속으로 은밀히 와서 말없이 머물다 가는 조용한 사람 맑은 눈물 소복이 남기기 때문이다 그 눈물 자륵자륵 내 핏줄로 흐르고 남아 맺힌 낙루落淚 몇 방울 반짝이기 때문이다 ― 졸시, <풀잎..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6] 숲 3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6)> 숲 3 풀숲은 안식이었을까, 내놓고 싶지 않은 비밀들 내밀하게 숨기며 무심히 고개 들고 선 풀숲은 편안했을까, 의례적이거나 아주 의전적인 표정만으로 세상과 마주 서는 풀숲은 속으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바람이 흐르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드러눕는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5] 통근열차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5)> 통근열차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지나 자고산 터널을 빠져나오는 통근열차의 긴 기적소리가 들리면 선 새벽밥을 먹다 말고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 왜관역으로 달렸다, 선로원 사택 쪽 샛길로 플랫폼에 들어서면 열차는 미적미적 출발하고 있었고 뜀박질로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