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5)>
나팔꽃 2
굳이 유혹하지 않아도
가슴 저린 빛깔이다
아침 이른 산들바람에
온몸 바르르 떨며
갸웃이 고개 내밀어
천치처럼 말갛게 웃는
눈물겹게 가련한 얼굴이다
다 놓아버리고
사랑해도 좋을 여자,
잘룩하게 고무줄 맨 통치마
보얗게 부풀려 활짝 펼치는
애잔한 여자
차마 다가서지 못할 기품이다
― 졸시, <나팔꽃 2> 전문
♧ 이른 아침 탱자나무 울타리 끝에 피어오른 나팔꽃을 본 적이 있다. 질끈 동여맨 통치마 같은 꽃받침 위로 연한 화관을 뽑아 올리고 있다. 꽃잎의 빛깔을 보면 가슴이 저려 온다. 말갛게 웃는 모습이 천치 같다. 유혹하지 않으면서도 유혹하는 신비가 거기에 있다. 나팔꽃 같은 여인이 있다면 가진 것 다 놓아버리고 사랑해도 좋을 것 같다. 나팔꽃은 애잔하다. 나팔꽃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있다. 이름이 아닌 모습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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