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7)>
풀잎 1
아침마다 내가 싱싱해지는 것은
밤새 누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어둠 속으로 은밀히 와서
말없이 머물다 가는 조용한 사람
맑은 눈물 소복이 남기기 때문이다
그 눈물 자륵자륵 내 핏줄로 흐르고
남아 맺힌 낙루落淚 몇 방울 반짝이기 때문이다
― 졸시, <풀잎 1> 전문
♧ 아침의 풀잎은 싱싱하다. 도르르 맺힌 이슬방울들이 영롱하다. 새파랗게 살아있는 생명의 빛깔이다. 어제 낮 새들새들 시들던 풀잎이 아침에는 다시 생생해진 것이다. 밤새 누가 와서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것인가? 힘을 주는 자, 사랑으로 원기를 불어넣은 자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어둠 속으로 와서 그의 전부를 말없이 남기고 가는 자이다. 이슬은 바로 그의 눈물쯤 되는 것인가? 증여덕贈與德은 숨겨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숨겨진 자는 슬프다. 그러나 은폐자 위에서 소생하는 생명은 명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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