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3)>
묵정밭 산딸기 2
묵밭을 찾는 발길이 없다, 가꾸지 않고도 거둘 수 있는 곳, 공들이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곳, 버려진 땅은 덤불숲이 되어 내어줄 준비를 마치고 있다, 손길을 가리지 않는다, 발갛게 잘 익은 산딸기, 누가 오든 상관을 않는다,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 한다, 버려졌으면서도 주고 싶어 기다리는 사랑이다, ― 늙고 쇠약한 이 땅의 어머니들 그렇게 살았다
― 졸시, <묵정밭 산딸기 2> 전문
♧ 묵밭을 보면 노년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늙고 쇠약한 어머니의 손등이거나 혹은 임종 모습이다. 살뜰히 돌보는 자식 하나 없어도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어머니는 받지 않고도 내어준다. 어느 자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누구든 오는 자식에게 농산물 보따리를 싸서 보낸다. 묵밭도 그러하다. 버려졌으면서도 주고 싶어 기다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다. 잘 익은 채로 묵밭 덤불숲에 숨어있는 산딸기는 이 땅의 어머니들이 남긴 배려와 증여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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