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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들/김주완

나의 이름들 김주완 나는 의성김씨 33세손, 의성군 25세손, 문절공 21세손, 관란재공 14세손, 노회당 6세손이다. 나는 몇 개의 이름을 가지고 한 생을 살았다. 관명은 김주완(金柱完)이다. 1949년 출생과 함께 불린 이름으로 호적과 주민등록 등 공부상에 등재된 공식적인 이름이다. 주로 이 이름으로 나는 한 생을 살아왔다. 글자의 뜻은 , , 이다. 풀어 쓰면 정도의 뜻이 된다. 또는 의 뜻도 된다. 강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쇠기둥처럼 완전하게 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싶었겠지만 때로는 뒤뚱거리거나 넘어지면서 살았다.  자(字)는 대산(大山)이다. 아버지께서 족보에 그렇게 올려놓으셨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를 부르는 문화가 사라짐으로써 단 한 번도 남으로부터 불린 일이 없..

아호 청고(靑皐)/김주완

아호 청고(靑皐) 김주완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장윤수 박사가 나의 아호를 지어 주었다. 청고(靑皐), 우리말로는 푸른 언덕>이다. 장윤수 박사와 나는 경북대 철학과 동문 사이이다. 학교를 먼저 다녔다는 이유로 내가 선배가 되는데 기수 차이가 제법 나서 재학 시절에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대한철학회에서 만나 여러 일들을 같이 하면서 의기투합하여 가까워졌는데 그 우정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동양 철학(유가 철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잘 알려진 석학이다.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중국 시베이대학 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동양철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키는 작은 편..

김주완 시집 <선천적 갈증>

선천적 갈증 김주완 시집 [저자 해제(解題)] 인간은 목마른 존재이다. 갈증을 숙명적으로 안고 태어나는 존재가 인간이다. 어린아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어머니의 젖을 문다. 어떤 이는 명예를 좇아서, 다른 이는 경제적 부(富)나 지식이나 사랑을 좇아서 그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평생을 바친다. 따라서 갈증과 해갈의 반복적 과정이 인생이다. 지식에 대한 갈증은 무지몽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고자 함이고, 돈에 대한 갈증은 경제적 궁핍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모든 갈증의 궁극적 지향점은 해방이고 자유이다. 자기의 의사나 의지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유가 없이 세상 한가운데 문득 던져진 존재로서의 인간은 하나의 속박을 벗어나면 또 다른 속박 속으로 들어..

[발표문] 모암, 일휴정 양 선생의 시 정신이 갖는 현대적 의미_김주완

모암ㆍ일휴정 양 선생의 시 정신이 갖는 현대적 의미 김주완 1. 들어가며 2. 모암 이충민 선생의 시 해명 2-1. 모암 시의 분류 2-1-1. 모암 시의 주제별 분류 2-1-2. 모암 시의 형식별 분류 2-2. 모암의 시 정신 2-2-1. 근본가치로서의 효(孝) 2-2-2. 특수가치로서의 진선미도교(眞善美道敎) 가)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철학적 시 정신 - 진(眞) 나) 북창으로 향하는 시 정신 : 절의와 청백의 궁구 - 선(善) 다) 달과 꽃의 상징성 : 서정적 미의식 - 미(美) 라) 도를 찾아 주유하는 시 정신 - 도(道) 마) 인재의 숭상과 교육 - 교(敎) 2-3. 모암의 학문과 삶의 근원으로서의 거창 3. 일휴정 이영세 선생의 시 해명 3-1.일휴정 시의 분류 3-1-1. 일휴정 시의 주제별 ..

김인숙 시집_[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방식]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방식 김인숙 시집 문학의전당 시인선 367 김인숙 저자(글) 문학의전당 · 2023년 09월 14일 [시집 소개]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서의 시작(詩作)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김인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방식』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7로 출간되었다. 김인숙 시인은 분방(奔放)하고, 비약적인 발상과 상상력이 첨예하면서도 안정적인 언어의 연금술을 보여준다. 이런 언어 감각은 오랜 연마 과정을 거쳐 다져진 것이다. 김인숙의 시가 낯설면서도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방식’으로 그의 시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김인숙 약력]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꼬리』 『소금을 꾸러 갔다』 『..

기다리지 마라(시:김주완/낭송:안재란)

기다리지 마라 (시) 김주완/(낭송) 안재란 기다리지 마라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이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은 오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은 오지 않는다 슬퍼하지 마라 슬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슬퍼하지 않아도 남을 것은 남고 아무리 슬퍼해도 갈 것은 간다 기다림이 아프지 않을 때 기다려라 오지 않아도 괜찮을 때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이 좋을 때 그때 기다려라 기다림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슬픔은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꽃처럼 그냥 기다리는 것이 기다림이다 비 오는 날의 염소 새끼처럼 그냥 눈망울만 굴리는 것이 슬픔이다 먼저 간 이들은 모두 홀로 걸어서 언덕을 올라갔다 기다림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기다림을 향해 기다림을 가슴에 안고 걸어갔다 슬픔을 슬퍼한 것이 아니라 슬픔..

아카시아꽃 1 (시:김주완/낭송:김미선)

아카시아꽃 1 (시:김주완/낭송:김미선) 아카시아 나무껍질은 할머니 손등 같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멀건 언덕에서 땅 밑으로 질기게 뿌리 벋으며 모진 생명, 바람 앞에 마주 서는 강단剛斷, 홈실할매는 나이 스물다섯에 홀로 되었다 무오년戊午年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하루 사이로 먼저 보내고 4대 독자 한 살배기 외아들과 시아버지, 달랑 세 식구만 남아 쇠락하는 가문을 붙들고 버텼다 장하게도 꼬장꼬장 일으켜 세웠다 여든 해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시신을 염습할 때 꼬부라진 등뼈에서는 뚜둑뚜둑 소리가 났다 결빙된 고초가 구슬처럼 부서지는 소리였다 조선환여승람 이십삼 쪽에 효부 이 씨로 올라 아직까지 살아있는 홈실할매, 힘이 들었는가, 무겁게 늘어져 있는 아카시아 꽃 주저리, 그러나 무성한 밀원 ..

아나키스트 김성국 교수 특강 - 시적 혹은 사회학적 상상력으로서 아나키즘:하나의 마음세계

[낙강 인문학 잔치 제2강] 2023.05.21.(일) 14:30~16:00/낙동강문학관 강당 시적 혹은 사회학적 상상력으로서 아나키즘:하나의 마음세계 -허유 하기락 선생을 기리며 김성국(부산대 명예교수, 아나키스트 허유 하기락 기념사업회) 인사 및 강사 소개(박찬선 낙동강문학관장) 김성국 교수 강의 영상 “시적 혹은 사회학적 상상력으로서 아나키즘: 하나의 마음세계” -허유(虛有) 하기락 선생을 기리며 김성국 (부산대 명예교수, 아나키스트 허유 하기락 기념사업회) “벌판에는 바람이” (김주완, 1990년 3월 1일 작시, 1998년 2월 철학연구 추모특집 재게) 벌판에는 바람이 불어요 바람의 방향을 따라서 뜬 구름이 몰려다니고 있어요 소리의 물줄기가 어지러이 흐르고 몸과 몸을 부딪혀 맹목의 수목들이 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