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 1
(시:김주완/낭송:김미선)
아카시아 나무껍질은 할머니 손등 같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멀건 언덕에서
땅 밑으로 질기게 뿌리 벋으며
모진 생명, 바람 앞에 마주 서는 강단剛斷,
홈실할매는 나이 스물다섯에 홀로 되었다 무오년戊午年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하루 사이로 먼저 보내고 4대 독자 한 살배기 외아들과 시아버지, 달랑 세 식구만 남아 쇠락하는 가문을 붙들고 버텼다 장하게도 꼬장꼬장 일으켜 세웠다 여든 해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시신을 염습할 때 꼬부라진 등뼈에서는 뚜둑뚜둑 소리가 났다 결빙된 고초가 구슬처럼 부서지는 소리였다 조선환여승람 이십삼 쪽에 효부 이 씨로 올라 아직까지 살아있는 홈실할매,
힘이 들었는가, 무겁게 늘어져 있는 아카시아 꽃 주저리, 그러나 무성한 밀원 이루고 있다 줄기 벌고 가지 벋는 자손들, 할머니의 결기와 노고가 저리 새하얀 꽃초롱 향초롱으로 오목조목 달린 것이다 멀리 가는 향 자욱하게 쏟아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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