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로샘 / 김주완 [2013.04.09.] [시] [2013.06.01.한국시 2013-6월호, 통권 290호. 33쪽 발표] 청로샘 / 김주완 왜관 구장터 쯤에 청로샘이 있었지 벽이 트인 사각의 양철지붕 천정에 녹슨 도르래가 걸리고 물이끼 축축한 돌벽 안,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바닥에서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렸지 동짓달 김장 담그는 날이나..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4.10
[시] 아궁이 / 김주완 [2013.04.02.] [시] 아궁이 / 김주완 빨려 들어가면서 불은 비로소 불꽃이 된다 불붙으면 무엇이든 꽃으로 핀다 군불을 때면서 들여다 본 어린 날의 아궁이, 사루비아처럼 붉디붉던 아가리, 얼굴을 덮치던 화끈한 열기, 나는 그때 벌써 사랑의 정체를 보았다 나무란 나무는 모두 가장 밝고 뜨거울 때 꽃..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4.08
[시] 분꽃 일가 / 김주완 [2013.03.26.] [시] 분꽃 일가 / 김주완 묵은 청태 낀 돌담을 돌아가면 울안이 있지 울안엔 붉고 흰 살을 붙인 일가붙이들이 살고 있어 마당가의 그들은 느지막이 핀 꽃이 아침까지 가는 것을 알았어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밥을 해먹고 허리가 긴 대숲 사이 달이 뜨면 수줍은 얼굴들에 생기가 돌았지 마당..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3.28
[시] 빨래를 삶으며 / 김주완 [2013.03.12.] [시] 빨래를 삶으며 / 김주완 볕 좋은 날 후드를 열고 빨래를 삶으면 바람 찬 플레어치마처럼 뭉게구름은 부풀어 오르지 삶으면 살아나는 생, 풀어지며 스러지는 어제의 묵은 때 풍로의 좁은 주둥이로 쉬엄쉬엄 부채질하면 무희처럼 발갛게 춤추던 숯불꽃 펄럭이는 몸 위에서 폭폭 탕약을..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3.13
[시] 겨울 대숲 / 김주완 [2013.02.19.] [시] 겨울 대숲 / 김주완 발이 뜸한 거기는 염습을 하지 않은 채 굳어져 뒤틀린 시신들이 마른 몸으로 우수수 쌓여 있다 한때 푸른 기염을 토하며 대쪽 같은 화살을 쏘았을 것인데 흘리고 가는 곤줄박이의 깃털을 모아 새털구름을 짜거나 지나가는 바람을 불러 고담준론을 펼치며 칼칼한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2.19
[시] 똬리 2 / 김주완 [2013.02.12.] [시] 문화일보 2013.08.21. 38면 게재 해동문학 2013년 겨울호(통권 84호) 126쪽 수록 똬리 2 / 김주완 먼 일가붙이 와룡아재가 늦은 장가 갈 때 어머니는 도토리묵을 쑤었다 도토리가루를 담은 자배기의 물을 여러 번 갈아 떫은맛을 우려낸 뒤 가마솥에 불을 지펴 나무주걱으로 젓고 또 저어 걸쭉..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2.13
[시] 손편지 / 김주완 [2013.01.29.] [시] 손편지 / 김주완 속주머니에 넣어 온 마음에는 겹겹의 온기가 남아 있다 우편은 믿을 것이 못돼 인편으로 보낸다, 변질이 염려되어 봉하지 않는다, 못난 육필로 써서 전해온 꼭꼭 마름하여 접은 봉투, 허공으로 증발하지 않고 도착했다 읽기가 난해한 내간체 언문에 싸인 잘 마른 엿..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1.31
[시] 손의 비밀 2 / 김주완 [2013.01.22.] [시] 손의 비밀 2 / 김주완 그는 역한 냄새를 내면서 죽어서도 꿈틀거렸다, 불편한 낮 또는 밤 물줄기를 움켜잡아도 물고기처럼 빠져나가는 분수 푸른 솟구침의 힘찬 기운을 쫓아 나는 늘 아궁이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자주 화상 입는 손으로 밤늦은 마당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엎드려 있는..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1.26
[시] 손의 비밀 1 / 김주완 [2013.01.22.] [시] 손의 비밀 1 / 김주완 허공을 한 줌 움켜쥐었다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우주가 한 움큼이다 밤마다 손금을 타고 흐르는 귀뚜리, 명주실 같은 소리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해금을 켜던 운명선이 휘어 있었다 속으로 꼭 감추었다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1.26
[시] 처음 가는 길 / 김주완 [2013.01.15.] [시] 처음 가는 길 / 김주완 막힌 사각의 방, 벽 앞에 앉은 중년의 엄마는 손 안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그물을 타고 올올이 날았다. 현기증 또는 멀미 이는 설렘이 잠자리 날개처럼 떨고 있었다. 극락조의 긴 꼬리가 일으키는 바람소리 사이로 구름이 푸석푸석 무너지고 있었다...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