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난전 / 김주완 [2012.10.09.]

김주완 2012. 10. 9. 18:22

[시]

 

[월간 한국시 2014년 1월호(통권 297호) 51쪽 발표]


난전 / 김주완


낙동병원 건너 편 편의점 앞 포장도로변에 한 평 남짓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자상과 두레반은 다리를 접어 길가 벽에 붙여 세우고 개다리소반과 호족반은 바닥에 늘어놓았습니다 제상도 두어 개 세워놓았습니다 자꾸 앉는 먼지를 털었습니다 상들은 제 얼굴을 반짝이며 나를 데려가라 유혹했지만 넘어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후가 되어도 마수걸이를 못했습니다


옆에 자리 잡은 월남치마 장수와 양말 장수도 열없습니다 다 떨어진 배낭을 내려놓고 접이식 낚시의자에 앉은 사내만 우산 살대 두 개를 갈았습니다


사람은 많이 오가는데 손에는 모두들 떡상자만 들려 있습니다 추석장은 에스에스마트에서 미리 다 보았나 봅니다


미적미적 움직이는 승용차 옆으로 쪼그리고 앉아

백도라지 껍질을 벗기는 노파의 검버섯 핀 손등에

검은 정맥이 아늘아늘 합니다


왜놈들은 하나도 지나가지 않는

오늘은 추석 대목 왜관 장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