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3.06.01.한국시 2013-6월호, 통권 290호. 32~33쪽 발표]
[제6시집]
정류장의 봄 / 김주완
오래 된 우편물이 오듯 먼지 낀 벨이 울리고 북삼행 버스가 도착한다는 목쉰 안내 방송이 나왔다
흡연구역의 드럼통에는 버려져 탈색한 질식의 꽁지가 가득하다
멀리 떨어져 앉은 여린 쑥 잎 같은 승객 두 사람을 싣고 승강장으로 완행버스가 들어왔다
대합실 구석에 남아 있던 휑한 겨울 한기가 조금 밀려났다
한철 밖의 방한복을 입고 버스에 오르는 마른 풀숲 같은 여인이 내미는 승차권은 아직도 갱지이다, 붉은 궁서체 처연하다
매원 마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릴 들은 것 같다
자동문이 열리면서 이른 봄을 맞는다
봄에 붙들린 사람은 한동안 봄 속에 갇혀 있을 것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낡은 버스의 손잡이를 잡으면서 어린 봉자를 생각할 것이다
마른버짐 가득한 얼굴의 참꽃 같은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왜관 북부버스정류장에 잠시, 봄이 정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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