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직도 자동차는 머플러를 달고 다니는데 / 김주완
가스를 집어넣으며 대장내시경을 한 사람들이
회복실에서 풍풍 불어대는 나팔소리처럼
아직도 자동차는 머플러를 달고 다니는데
거리에서 전용도로에서 줄방귀를 뀌고
분무기 같은 꽁무니로 발암매연을 푹푹 뿜어내며
금지구역 없이 지상을 누비는데
흡연구역,
조류에 떠내려가는 섬처럼 자꾸 멀어지고
좁아지는 지역으로 강제출국 당하는 사람들
추방은 강고한 의지를 만드는 쇠틀 같아
그들은 담배를 끊지 못해, 사랑은 끊으면서도
끝내 담배는 끊지 못하지
쫓겨나지 않은 자들만 저들끼리 은밀한 담배를 피우고 있어
검은 손으로 검은 연기를 남몰래 들이마시고, 내뱉고 있어
낄낄거리며 금융실명제의
그늘 깊이 가진 것 모두를 숨겨 둔다는 걸, 알아
쫓아낼 줄 모르는 곳에 사는 것들도 맘껏 담배를 피우지
물고기는 뽁뽁 흐르는 물을 피우고
새는 훠이훠이 푸른 하늘을 피우는 거야
수면으로 이륙하는 공기방울들이 방울방울 구름이 되거든, 천궁 같은 자유가 되거든
수용소는 숨 막혀
철조망 안의 자유에서는 역한 냄새가 나
달리는 자동차도 차라리 도로 밖 운행구역으로 쫓아버려
머플러는 떼어서 제철소로 보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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