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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밤 / 김주완 밤은 창 밖에 있고 이쪽의 나는 저쪽에서 분열한다. 두 시 너머 다섯 시 사이 말라가면서 나무를 보는 떨어진 꽃잎은 자유가 된다. 연鳶줄을 끊고 탈출하는 저 분방한 정신의 유영; ㅡ 시원始原의 벌판을 달려 나와 방황하는 바람의 실명失明은 무자..

이리 귀한 눈발이 내리는 저녁엔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이리 귀한 눈발이 내리는 저녁엔 / 김주완 웬일이냐, 분지 대구의 겨울 저녁 이리 귀한 눈발이 하늘 가득 내리다니, 웬일이냐 오늘은 파이프 가득 담배를 재워 물고 한적한 레스토랑의 창가에 앉아 아득히 색 바랜 날들을 홀로 찾아내어 바라보고 싶다니, 사라져..

밤에 압사壓死한 도로위의 길짐승 / 김주완

[제1시집『구름꽃』(1986)] 밤에 압사壓死한 도로위의 길짐승 / 김주완 한 밤의 길목에서 원색의 울음을 마주 울며 두 개씩의 발광체를 달고 어둠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은 감관感官의 은총인 것을,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과의 차이는 듣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과의 거리만큼 순간과 영원의 닿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