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밤에 압사壓死한 도로위의 길짐승 / 김주완
한 밤의 길목에서
원색의 울음을 마주 울며
두 개씩의 발광체를 달고
어둠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은
감관感官의 은총인 것을,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과의 차이는
듣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과의 거리만큼
순간과 영원의 닿을 수 없는
기슭과 기슭인 것을,
생각과 생각 이전의 것
현상과 실체 사이 또한
안개 속의 형이상학인 것을,
어쩌지 못하는 생래生來의 강렬한
흡인력으로 투신한
길짐승의 압사壓死는
짓눌러 각화角化되는 길짐승의
살은 그 너머
실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하나만 남은
발광체 두 개에서
번들거리는 광채는
그만의 본성本性인 것을
감성感性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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