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밤에 압사壓死한 도로위의 길짐승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7:42


[제1시집『구름꽃』(1986)]



 밤에 압사壓死한 도로위의 길짐승 / 김주완


한 밤의 길목에서

원색의 울음을 마주 울며

두 개씩의 발광체를 달고

어둠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은

감관感官의 은총인 것을,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과의 차이는

듣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과의 거리만큼

순간과 영원의 닿을 수 없는

기슭과 기슭인 것을,

생각과 생각 이전의 것

현상과 실체 사이 또한

안개 속의 형이상학인 것을,

어쩌지 못하는 생래生來의 강렬한

흡인력으로 투신한

길짐승의 압사壓死

짓눌러 각화角化되는 길짐승의

살은 그 너머

실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하나만 남은

발광체 두 개에서

번들거리는 광채는

그만의 본성本性인 것을

감성感性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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