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 8
초와 / 김주완
하늘 가득 눈 오는 밤이면
밤을 새워 눈길을 걷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보드득보드득 신발 끝에 눈 밟는 소리를 달고
몸에서 푸른 향기가 나는
지상에서 가장 맑고 예쁜 소녀와 함께
먼 벌판 끝으로 하염없이 가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검정 큰 우산을 소녀 쪽으로 기울여 주면서
아직은 넓지 않은 소년의
등과 어깨로 그런대로 눈발을 막아주면서
소녀의 언 손 하나 윗옷 주머니에 당겨 넣은 뒤
추운 줄도 모르고 세상을 모두 얻은 듯이 만족한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가슴까지 서늘한 눈바람에 후후 입김 뿜어내며
찍힌 발자국 되밟아 돌아올 때
짧아지는 길이 내내 아쉽고 초조하면서
눈이 그치지 않았으면, 밤이 새지 않았으면
어리석은 기대를 슬며시 가져보는,
유치한 유년의 공상을 색깔 곱게 자주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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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라온제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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