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눈 오는 밤 8

김주완 2011. 2. 22. 13:28
눈 오는 밤 8  
                              초와  / 김주완 
하늘 가득 눈 오는 밤이면 
밤을 새워 눈길을 걷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보드득보드득 신발 끝에 눈 밟는 소리를 달고 
몸에서 푸른 향기가 나는 
지상에서 가장 맑고 예쁜 소녀와 함께 
먼 벌판 끝으로 하염없이 가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검정 큰 우산을 소녀 쪽으로 기울여 주면서 
아직은 넓지 않은 소년의  
등과 어깨로 그런대로 눈발을 막아주면서 
소녀의 언 손 하나 윗옷 주머니에 당겨 넣은 뒤 
추운 줄도 모르고 세상을 모두 얻은 듯이 만족한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가슴까지 서늘한 눈바람에 후후 입김 뿜어내며 
찍힌 발자국 되밟아 돌아올 때 
짧아지는 길이 내내 아쉽고 초조하면서 
눈이 그치지 않았으면, 밤이 새지 않았으면 
어리석은 기대를 슬며시 가져보는, 
유치한 유년의 공상을 색깔 곱게 자주 한 적이 있었다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라온제나 원글보기
메모 :

'시 · 시 해설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제기차기 2  (0) 2011.02.22
[스크랩] 제기차기 1  (0) 2011.02.22
[스크랩] 눈 오는 밤 7  (0) 2011.02.22
[스크랩] 눈 오는 밤 6  (0) 2011.02.22
[스크랩] 눈 오는 밤 5  (0)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