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도3 기도3 초와 김주완 마음이 꽃으로 피는 것 말이 열매로 여무는 것을 본 적 있는가 기도이다 낮게 낮게 발 디딘 가장 맑은 영혼이 한 점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일 기도이다 가릴 것이 없는 맑은 자가, 낮은 곳에 거居하는 겸손한 자가 스스로를 다스려 처음의 자기로 돌아가는 일 기도이다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기도2 기도2 초와 김주완 빈 하늘에 연鳶을 띄우듯 가장 낮은 데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정갈한 마음 하나 지성至誠으로 올리는 일이다 눈가림의 옷 하나하나 다 벗고 숨김없이 벗은 몸 지극한 마음으로 두 손 모으는 일이다 말씀으로 피어나는 맑고 고운 꽃 같은 마음, 불현듯이 어둠을 밀어내는 등불 같..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기도 1 기도1 초와 김주완 기도는 삶이다 불꽃으로 사루는 사룸 외줄기 뜨거운 생명이다 사람이 삶을 살고 사람이 기도를 한다 살아있는 사람만이 기도를 한다 사룸이 사람이고 사람이 삶이다 눈뜬 사람 살아가는 삶이 곧 기도이다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내 안의 철새 2 내 안의 철새 2 / 김주완 날아올라야 하는데, 지귀志鬼처럼 마음에 불길 일면1) 까마득한 하늘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리나 올라 유월의 거센 바람을 안고 날아가야”2)하는데 북녘땅 푸른 뼈 쌓여있는 곳으로, 북명北溟 의 추위가 빠른 속도로 남하하여 속 빈 뼈 시리면 “물결 3천리나 쳐올려”3) 찬..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내안의 철새 내 안의 철새 초와 김주완 때가 되면 날아 올랐다 구만리 높은 하늘 상층기류에 몸을 실었다 거센 바람을 안고 차오르는 열기 식히며 한 계절 의탁할 곳으로 옮겨갔다 때가 되면 돌아왔다 넓은 모래밭으로 그림같이 내려앉았다 낮은 곳에 머무는 일용日用할 양식 다시 한 시절 살아야 할 잠시 머물 강..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낙엽을 떨구듯 낙엽을 떨구듯 초와 김주완 나무가 낙엽을 떨구듯 늦은 가을에 속에 박힌 기억 하나 떼어냈다 때가 때인지라 지난봄 느닷없이 풀씨 하나 날아와 마른 땅에서 움돋던 새싹 봉오리 맺지도 자라지도 못하고 까만 옹두리로 박혀 있더니 통증도 없이 조용히 이제야 뽑혀져 나갔다 자유를 되찾았다 세월은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물안개 물안개 초와 김주완 눈 뜬 채 밤새우지 않았다면 저럴 리 없다 굵고 미끄러운 몸 퍼질러 누운 채 가쁜 숨 자욱이 몰아쉬는 걸 보면, 남은 미련들이 떠나지 못하고 뭉글뭉글 바닥으로 맴도는 걸 보면 강물은 밤새 뒤척이며 외로웠던 것이다 어둠 속으로도 오지 못하는 사람 하나 내내 기다리며 울었을까..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가을 안개가 지나는 왜관 점경 가을 안개가 지나는 왜관 점경 초와 김주완 강을 품고 있는 이 도시엔 안개경보가 자주 내린다 말발굽 소리도 없이 야음을 틈타 도강한 기마군단의 젖은 갈기 사이로 뿜어내는 말馬들의 자욱한 숨결이 순식간에 도시를 덮어버리면 안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모래알을 씹는 듯한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코스모스2 코스모스2 초와 김주완 나 떨고 있나요 이만큼 고개 빼고 웃음 지으며 살짝 올라앉은 벌의 무게에 잠시 휘청거릴 뿐인데 바람이 다가와 건드리길래 간지럼 조금 탈 뿐인데 파란 하늘이 눈부셔 현기증 약간 앓을 뿐인데 나 지금 떨고 있나요 떠나는 가을이 아프도록 내 허리를 붙들고 있어요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
[스크랩] 코스모스1 코스모스1 초와 김주완 길 따라 늘어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흔들리는 여인 와락 안겨들 듯 다가오다 마는 나풀나풀 고개 흔들며 꺾이지 않는 사람, 하얀 덧니 반짝이는 입 벌리고 까르르 웃어버리던 그녀 문득 돌아와 저만큼 서 있다 끝내 제자리를 지키는 실 같은 허리 차마 애처로워 외진 산길 되돌..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