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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촌 이필주 문집 서시_돌밭에 피는 영원의 꽃/김주완

김주완 2024. 10. 7. 12:42

 

 

광주이씨 석전종중, 心村 李弼柱 八旬紀念文集, 돌밭과 因緣, 대구:대보사, 2024.10.01., 58~61.

 

[서시(序詩)]

 

돌밭에 피는 영원의 꽃

 

김주완

시인, 철학박사, 대한철학회장, 대구한의대 교수

 

돌밭[각주:1]은 돌만 있는 밭이 아니라

() 같은 사람이 나와 옥밭이며

() 같은 선비 정신이 솟아 강학의 터전입니다

백일홍 붉은 꽃잎과

청렬한 고드름처럼 반짝이는 지고지순이

천년 동안 피는 언덕 위의 꽃밭입니다

 

동산에 집 [각주:2] 이 있어

만년을 넘어

아침마다 붉은 해가 뜹니다

 

420세 낙촌[각주:3] 선생이

남한산성 임금님을 사모하며

해 뜨는 동쪽 매원을 거닙니다

 

잔설 날리는 대숲을 나와

잔가지 창공으로 벋은 회화나무 아래로

도포자락 흰 눈처럼 휘날리며

강직한 바위로 높이 선 옥안의 영의정

401세 귀암[각주:4]의 등 뒤로

일곱 빛깔 눈부신 무지개가 서려

세세손손 불천위로 모십니다

 

()과 골()이 한순간인 풍운의 정가에서

목숨 건 소신으로 세곡선을 세우고

영남 도민의 기근을 구휼했던 목민관

377세 정재[각주:5]  관찰사를 기리는 

영세불망비가 애국동산[각주:6]에 우람히 서 있습니다

 

이후 대를 이어

동산재 큰 우물에서 흘러나온 인걸들이

하나같이 높은 학덕(學德)과 문명(文名)으로

수양과 강학에 몰두하며 산림처사로 지냈으나

간혹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간 이가 165인이고

충절, 효행, 독립유공자가 21인이며

현시대에 이름을 떨치는 명세지재는 부지기수이라

4대를 연이어 한림(翰林)을 지낸

명문가는 영원으로 이어져 명문가입니다

 

오늘도 향나무 향기가 안개처럼 흐르는

돌밭의 중심 귀바위 종택에는

팔순 거친 세파를 넘긴 심촌 이필주[각주:7] 종손이

가문의 찬란한 명성과 광휘를 지키며

백발과 백설 구레나룻 표표히 날리며

물처럼 흐르는 원형이정을 헤아립니다

 

귀바위[각주:8]는 귀 밝아

세상의 소리와

우주의 이치를 향해

사시사철 귀 뜨고 있습니다

 

  1. (石田) :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의 한글 이름. 작오산 동남쪽에 360여 년 전 귀암공이 처음 자리잡은 곳으로 돌이 많아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본문으로]
  2. 동산재(東山齋) : 낙촌, 귀암, 정재 3대의 재사를 통칭하는 이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귀바위 동쪽 300m의 산록에 위치하고 있다. [본문으로]
  3. 낙촌공 이도장(洛村公 李道長:1603~1644) : 석담공 이윤우(石潭公 李潤雨:1569~1634)의 차자로서 이조판서의 증직을 받은 당숙부 주부공 영우(主簙公 榮雨)의 후사로 입계하였으며, 28세에 대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권지, 주서를 역임하면서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 임금을 호종하여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본문으로]
  4. 귀암공 이원정(歸巖公 李元禎:1622~1680) : 낙촌공의 장자로서 31세에 응시한 전시에서 아원 급제 후 병조좌랑 등 14, 좌우승지, 대사간, 대사성 4, 우윤 2, 대사헌 7, 검열, 교리, 형조, 병조, 예조 참판, 도승지, 판윤, 동지의금부사, 우참판, 이조판서, 홍문관 제학, 찬획사, 판의금 부사 등 내직을 두루 거치고 외임으로 전주판관, 장성부사, 강릉부사, 동래부사, 의주부윤, 광주부윤, 양주목사, 충청감사, 서장관, 원접사와 사은부사를 두루 지냈으며 사후인 1689년에 영의정에 증직되며 시호 문익공을 받았다. 문익공의 불천위 묘우는 귀암종택 안에, 신도비는 동산재에 위치하고 있다. [본문으로]
  5. 정재공 이담명(靜齋公 李聃命:1646~1701) : 귀암공의 장자로서 24세에 응시한 대과에서 아원 급제 후 수찬, 교리, 도승지, 공 예조참판, 영남 관찰사, 대사헌, 대사성, 부제학, 이조참판 등을 역임하였다. [본문으로]
  6. 애국동산 :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산 63-4(작오산)에 위치하고 있다. [본문으로]
  7. 심촌 이필주(心村 李弼柱:1943~ ) : 광주이씨 귀암공파 13대 종손으로 현재 귀암고택을 지켜 오고 있다. [본문으로]
  8. 귀바위(耳巖) : 귀암공이 360여 년 전 택지를 잡은 동산재 서쪽 300m의 지점에 있는 마을이름이다. 어귀에 9개 바위가 있으며 바위 모양이 사람 귀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암 또는 귀바위라고 불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