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저녁에 / 김주완
파란 그대의 사랑과
보오얀 내 사랑이 물방울로 만나
모양 바꾸며 흘러가듯
이슬인 듯 얼음인 듯 소나기인 듯
그렇게 오래 달라져 가듯,
죄다 내 것이 아닌
죄다 그대 것도 아닌
좁디좁은 우리의 터전에서
무얼 아는가.
볼 수 있는가,
물속에 묻혀 물의 파랑을 물의 숨결을
흐르는 물의 방향, 물의 빛깔을
꿈틀거리는 산맥의 운동과
희디흰 피
산과 바다를 누가 보는가,
저 도도한 정신의 물줄기가
시대의 강안을 침식하며 한 길
순리로 치닫는데 무얼
지혜의 부스럭지로 말하는가.
울음 짓는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말들과
벌써 누구 것도 아닌 생각이
그대 파아란 사랑과
보오얀 내 사랑이
눈물로 만나 눈물로 흐르듯
이슬인 듯 얼음인 듯 소나기인 듯
시대의 강물은 그리 흐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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