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 87.5.12. /김주완
- 어떤 TV 생방송 -
걸기, 주렁주렁 끼우기
귀ㆍ목ㆍ팔ㆍ손목ㆍ손가락
거기다 머리끝ㆍ어깨끝ㆍ팔굽ㆍ다리굽ㆍ온몸
치렁치렁 귀신처럼 늘어뜨리기,
아무튼 그런 내기였다.
칠하기, 더덕더덕 찍어 바르기
눈ㆍ코ㆍ입ㆍ눈썹
거기다 손톱ㆍ발톱ㆍ온몸
원색으로 무장하기
야성의 아파치처럼 무시무시해지기,
아무튼 그런 대회였다.
벗기, 훌떡훌떡 속살 내어 놓기
겨드랑ㆍ허벅지ㆍ등허리
거기다 가슴팍ㆍ엉덩짝ㆍ온몸
아슬아슬한 수영복 밖으로 감추는 듯 내 보이기,
아무튼 그런 경기였다.
아득한 고조선도 더 이전의 석기시대
사람들은
원시의 제단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럿의 순결한 희생양을 제단 위에 올리고
울긋불긋한 불들을 켜며
바라문 몇이 얼룩진 칼을 갈고 있었다.
눈엣 핏발 선 채로
괴상한 옷들을 걸치고 짐승의 기이한 소리 내며
어린 풍각쟁이는
배경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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