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 87.5.31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0:37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 87.5.31 / 김주완



「86-88」사이. 아시아와 세계 사이. 사이는 언제나 틈이고 틈은 언제나 좁았다. 좁은 틈에서 끓는 열기는 강한 법. 사람들은 허둥거리고 있었다. 용을 쓰며 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규칙 아래서 규칙 속에서 규칙에 복종하며 규칙을 용인하며 규칙을 양산하고 있었다. 섬찍한 생존의 슬기가 사방을 위요하고 있었다.


요정「송림」은 고급집, 곤충의 날개 같은 색색의 옷들이 겹쳐서 걸린 묵은 느티나무 옆 구석방 벽엔 위수사령부의 포고문이 기세를 펄럭이고 있었다.


당번순서


1. 민 깨 순

2. 손 쉬 운

3. 서 마 리

4. 정 떼 나

5. 구 설 숙

6. 서 서 희

7. 윤 나 네


규칙사항


1. 무단외출 내지 약속시간 어길 시 五,000원 벌금.

2. 당번규칙<10시30분> 어길 시, 五,000원 벌금.

3. 아침귀가 <11시00분> 어길시, 五,000원 벌금.

4. 준비완료 <6시00분> 어길 시, 五,000원 벌금.

5. 동료 간 전투 시 당일 무팁.


            이상을 모두 잘 지켜주기 바람.

 

                송림식당 마담 차나찰


88담배는 최고급, 소맷값은 六00원. 얇은 자작나무 가지 끝 손가락살의 여인들이 보오얀 손가락 사이 보오얀 담배개피를 끼우고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다. 끈끈한 물질의 형벌에 거미처럼 매달리고 있었다. 벌금-벌금-벌금……동료 간 전투 시 당일 무팁. 삼엄한 규칙, 아무도 찢지 못한 포고문이 퍼렇게 살아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