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구름꽃 5 / 김주완
돌아오는 길은 늘 혼자였다.
생비랑을 지나
생초도 마리도 지나
해발 삼백 미터 인위의 경계
산마루를 넘는다.
인공의 기계장치가
밀려진 레버의 동인動因으로 일정한
시차時差를 따라 동일 면적을 닦아도
닦아도 어릿한 전방,
내가 쏟은 정성의 시간에
힘이 닿지 않는 거리 밖에서
너는 스스로
바람에 밀리고만 있었고
돌아오는 길은 늘 비만 내렸다.
가진 대로 다 주어도
그래도 허기진 실존
우리를 잇는 먼 공간은
연결도 단절도 아닌 무한궤도의 회전
태초에 떠나온 어머니의 어두운 속
튼튼한 끈으로 이어진
그 깊은 수조水槽 밖 떨어져 나온
어디에도 안식은 없었고
채워도 채워도 빈 세상뿐이다.
혼자 가는 길엔 자꾸 비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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