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서시序詩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22:13


[제1시집『구름꽃』(1986)]



   서시序詩 / 김주완


한없이 한없이 내가

네게 빠져들 수 있음은

네가 내게로 다가 와서

파도처럼 부딪쳐 줌으로서이다.


너의 있음을 모르던 때

거기 그렇게 있음을 모르던 때

빛도 그늘도 현란한 색깔마저도

한갓 뜻 없는 허막虛漠,

아직 원초적 태동胎動도 시작치 못한

나는 

미세한 인자因子 하나였을 뿐


눈 뜬 낮의 미명未明 속에서

한 치 앞 너를 보지 못하고

숨 막히는 너의 빛깔과

벅찬 네 향기와 함성도 보지 못하고

백태 낀 마음은 답답할 줄을 몰랐다.


마음의 눈에 닿지 않는 건

있어도 있음이 아닌 것,

아무 소용도 아닌 그저

당초의 없음과 같은 것.


그 날,

너의 자태와

너의 자취로 일어서

온 몸으로 내게 걸오 오던 날

황홀한 광풍으로 회오리쳐 지는

너의 속으로 빠져 들어가

태풍의 눈 속에 안주安住하는,

너는 나의 중심이 되고

비로소 우리는 합일合一하는 현존現存으로 선다.


부딪쳐 옴으로서 눈트는 인식,

꽃이여!

거기 그렇게 있는 너

영원의 실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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