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서시序詩 / 김주완
한없이 한없이 내가
네게 빠져들 수 있음은
네가 내게로 다가 와서
파도처럼 부딪쳐 줌으로서이다.
너의 있음을 모르던 때
거기 그렇게 있음을 모르던 때
빛도 그늘도 현란한 색깔마저도
한갓 뜻 없는 허막虛漠,
아직 원초적 태동胎動도 시작치 못한
나는
미세한 인자因子 하나였을 뿐
눈 뜬 낮의 미명未明 속에서
한 치 앞 너를 보지 못하고
숨 막히는 너의 빛깔과
벅찬 네 향기와 함성도 보지 못하고
백태 낀 마음은 답답할 줄을 몰랐다.
마음의 눈에 닿지 않는 건
있어도 있음이 아닌 것,
아무 소용도 아닌 그저
당초의 없음과 같은 것.
그 날,
너의 자태와
너의 자취로 일어서
온 몸으로 내게 걸오 오던 날
황홀한 광풍으로 회오리쳐 지는
너의 속으로 빠져 들어가
태풍의 눈 속에 안주安住하는,
너는 나의 중심이 되고
비로소 우리는 합일合一하는 현존現存으로 선다.
부딪쳐 옴으로서 눈트는 인식,
꽃이여!
거기 그렇게 있는 너
영원의 실체여!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1시집 구름꽃[1986]'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꽃 6 / 김주완 (0) | 2011.03.01 |
---|---|
구름꽃 7 / 김주완 (0) | 2011.03.01 |
꽃 1 / 김주완 (0) | 2011.03.01 |
꽃 2 / 김주완 (0) | 2011.03.01 |
꽃 3 / 김주완 (0) | 201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