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구름꽃 6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22:16


[제1시집『구름꽃』(1986)]



   구름꽃 6 / 김주완


목소리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표정만으로도 알 수가 없다

몸짓만으로도 알 수가 없다.


깊은 골짜기

감아드는 안개 아래로

심저心底의 또 하나의 세계는

혼자만의 변신을 끝없이 되풀이 하는

타인他人 불가침의 순환생태계,


얼마만큼의 변화와

어느 만큼의 변모가

그 속에서 일고 있는지

늘 모르는 외지外地의 불안은

여린 영혼의 살을 자꾸

깎아 내고 있다.


지금 거기서 흐르는 시간과

지금 여기서 흐르는 시간은

영겁의 어느 길목, 동일한 지점

하나의 시간대인데

의식의 얼굴마다 희원의 장면마다

우리가 입히는 생활의 옷은

놓여진 거리만큼 서로가 다르고


그대가 누군지 모르고

에워싼 그들 또한 누군지도 모르고

나마저 누군지를 잊어버린

이 혼란한 나날의 어지러운 대기,

껍데기만

너울너울 춤을 추며 잃어버린

속의 핵 하나 버려둔 채

천리만리 끌려 들어간다.


이게 곧

거대한 벽으로 우리를 가르며

거기와 여기

땅과 하늘을 나누어

다가오는 어둠

나지막한 높이,


우리가 겨울나무라면

그대와 나와의 거리는

언제나 내려진 뿌리 사이

꼭 그만큼 한 거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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