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구름꽃 7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22:14


[제1시집『구름꽃』(1986)]



   구름꽃 7 / 김주완


아마 가고 있을 것이다.

어제의 그 시간과

오늘의 이 시간이

같은 속도로 같은 궤적을 따라

어딘가 그어져 있는 선 위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믐날 아침에 뜬 해가

오늘 꼭 같이 떠오르고

그믐날 저녁에 진 해가

오늘 꼭 같이 져가는 것이지만

씨앗이 늘

씨앗으로만 있을 수 없듯이

돌이 모래가 되고

먼지가 다시 돌이 되는 것처럼

둥둥 떠가는 우리에겐

오늘을 붙잡아 맬

힘이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자!


섬과 섬을 가르는 바닷자락이

지난날의 샛강으로 다가서고

수심 깊은 아래로만 손잡았던

산맥의 연결은 이제

바다 위 퍼져 가는 구름밭 아래

선채로만 건너다보는

서럽고 외로운 잔존殘存,


지난 것도 다가오는 것도

이미 우리의 의사를 떠난 것,

멀고 먼 구원의 기도 속에서

저 잔잔한 수면의 자세로

그냥

받아들이자.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1시집 구름꽃[1986]'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꽃 5 / 김주완   (0) 2011.03.01
구름꽃 6 / 김주완   (0) 2011.03.01
서시序詩 / 김주완   (0) 2011.03.01
꽃 1 / 김주완   (0) 2011.03.01
꽃 2 / 김주완   (0) 201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