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구름꽃 7 / 김주완
아마 가고 있을 것이다.
어제의 그 시간과
오늘의 이 시간이
같은 속도로 같은 궤적을 따라
어딘가 그어져 있는 선 위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믐날 아침에 뜬 해가
오늘 꼭 같이 떠오르고
그믐날 저녁에 진 해가
오늘 꼭 같이 져가는 것이지만
씨앗이 늘
씨앗으로만 있을 수 없듯이
돌이 모래가 되고
먼지가 다시 돌이 되는 것처럼
둥둥 떠가는 우리에겐
오늘을 붙잡아 맬
힘이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자!
섬과 섬을 가르는 바닷자락이
지난날의 샛강으로 다가서고
수심 깊은 아래로만 손잡았던
산맥의 연결은 이제
바다 위 퍼져 가는 구름밭 아래
선채로만 건너다보는
서럽고 외로운 잔존殘存,
지난 것도 다가오는 것도
이미 우리의 의사를 떠난 것,
멀고 먼 구원의 기도 속에서
저 잔잔한 수면의 자세로
그냥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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