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겨울새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7:45


[제1시집『구름꽃』(1986)]



   겨울새 / 김주완


남지 모랫벌,

낙동강 가에

새들

모여든다.


알 수 없는 이름의 수많은

새들이 돌개바람

속으로 왕모래를 맞으며

비상착륙을 시도한다.


지상地上의 모든 물이 얼어붙고

모든 먹이가 동결한

지금

언 부리로 강얼음이라도 쪼으며

다독여야 하는 아득한 허기.


살아남는 자만이 이긴 자가 되는

계절의 냉랭한 질서 아래

결빙의 내장이 굳어 가는

새들,

모래 덮인 떼서리의 함성이

빈 들판 가운데

동사凍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