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물 그늘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7:32


[제1시집『구름꽃』(1986)]



   물 그늘 / 김주완


쫑쫑 참새가 날면

참새 그늘이 드리우고

제비가 날면 하얀

뱃바닥의 제비 그늘이 비치우고

높은 조각구름 몇이 느리게

잠수하는 구리거울,

물속의 물흙 위

우무질의 개구리알 뭉텅이와

볍씨가 함께 자라고

함께 어늘거리고*

반점 같은 올챙이 대가리가

까맣게 오물거리고

하늘 한편에선 챌린저호**가

해체된 조각으로 배회 하는데

볍씨의 하늘

올챙이의 창공

어디쯤인가, 우무질에 갇힌

그것들의 우주는

전화 줄이 파장처럼 그어진

물 그늘,


* 껍질이 터질듯이 번들거린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 1986. 1. 28. 발사 후 7초 만에 폭발된 미국의 유인우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