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소묘素描 86.05.13. / 김주완
비가 내린다.
문암산을 넘어온
청화산 골짜기를 걸어 내려온
덜 삭은 클로로칼키의 부우연 물빛으로
봄날 오후의 비가 내린다,
우크라이나 공화국 인간 삼림지대
프리프야트* 구릉을 떠나온
제트기류를 타고 간
완만기류를 타고 온
방사능 낙진이 섞여 내리는
녹아 흐르는 옥소의 독물은
물맛이 좀 다른 것 같다,
콘크리트ㆍ슬래브 처마 끝을 끊이지 않고
줄줄 이어져 떨어지는
끈끈히 달라붙어 온 몸이
근질근질한 오늘
내리는 비는 무언가 좀 맛이 다른 것 같다
다른 것 같다,
이미 자기를 떠나
오! 눈 먼
한 주먹 안의 인식이여,
불안이여!
* 1986. 4. 25. 인류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킨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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