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재기再起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49


[제1시집『구름꽃』(1986)]



   재기再起 / 김주완


물문을 열 수가 없었다,

물길을 틔울 줄을 몰랐다,

지상의 모든 나무가 마르고

풀이란 풀은 모두 시들어 가도

땅이 거미줄처럼 터져 나고

황폐한 전원에 먼지만 일어도

갇힌 부활의 물줄기를

풀 수가 없었다,

그때 메시아,

예고 없이 다가선 홀연함으로

내 내면內面의 닫힌 물문을

어느 날 그 분*이 열고 있었다,

구레나룻 허어연 키 큰 그 분이

허리 굽혀 잠시

눌린 싹을 손질하고 있었다,

물아!

이제는 그치지 말고

펑펑 솟구쳐 흘러야 할

네 자초自招한 의무가 있음에야.


* 그 분은 시인 具常 선생님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