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감포甘浦에서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43


[제1시집『구름꽃』(1986)]



   감포甘浦에서 / 김주완


시퍼런 가슴자락

굽이굽이 펼쳐 놓는 동해 바다야,

이 가을엔

너만 그렇게 서러운 게 아니다.


쥣빛 낮은 하늘 아래

천둥이 이는 몸부림,

뒤채는 네 몸은

성난 함성이 되기도 하고

같은 힘 앞에 몸져눕는

통곡이 되기도 하고


백태 낀 의식의

먼 해변에서 뭍으로

뭍으로 치닫는

아! 저 거대한

해일海溢,

이제 초인超人에의 사랑도 부식되고

풀풀 먼지가루로 날리고

알아야 할 아무것도

해야 할 무엇도

바라야 할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이 음산한 한기寒氣.


동해 바다야!

납덩이 같은 현존現存의 벽을 넘어

편입해야 할

화평과 열락悅樂의 땅은 멀고

시간의 분해와 소리의 와해 속으로

터뜨리지 못한 꽃망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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