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감포甘浦에서 / 김주완
시퍼런 가슴자락
굽이굽이 펼쳐 놓는 동해 바다야,
이 가을엔
너만 그렇게 서러운 게 아니다.
쥣빛 낮은 하늘 아래
천둥이 이는 몸부림,
뒤채는 네 몸은
성난 함성이 되기도 하고
산山 같은 힘 앞에 몸져눕는
통곡이 되기도 하고
백태 낀 의식의
먼 해변에서 뭍으로
뭍으로 치닫는
아! 저 거대한
해일海溢,
이제 초인超人에의 사랑도 부식되고
풀풀 먼지가루로 날리고
알아야 할 아무것도
해야 할 무엇도
바라야 할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이 음산한 한기寒氣.
동해 바다야!
납덩이 같은 현존現存의 벽을 넘어
편입해야 할
화평과 열락悅樂의 땅은 멀고
시간의 분해와 소리의 와해 속으로
터뜨리지 못한 꽃망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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