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날벼락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34


[제1시집『구름꽃』(1986)]



  날벼락 / 김주완


     1


이게 바로 해일이다,

피할 수도 없고

넘을 수도 없는

이 거대한 파도와

강철 같은 바람과

청취가능의 파장을 넘은

무색의 이 소음이

바로 해일이다.


이겨 낼 도리가 없다

견디어 낼 재간이 없다

그냥 쓰러질 밖에

그냥 짓밟힐 밖에

그냥 만신창이가 될 밖에

아무 다른 방법이 없다.


어쩔까,

어떡해야 할까,

그들의 율법

그들의 윤리로

못 박히는 내 육신

나의 정신,

올라야 할 골고다는

너무 가파르고

지금

나는 무력하다,


     2


있으라 한다,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저 굳은 바위의 뿌리도

뽑혀 나는데

당당한 산허리도 무너져 앉는데

날더러

참으라 한다,

견디라 한다.


내가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죄 없는 풀꽃들을 밟으라 한다,

냉혈한 바람 앞에

던지라 한다,

내 윤리와

내 정신의 연한 속살은

따갑게

따갑게 전율하며

어쩌지 못하고 있다,

파열하고 있다.


무력한 정신은

등불처럼 거물거리고

꺼져 가고

지금 나는 허우적이며

투항의 백색 기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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