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신경 한 올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31


[제1시집『구름꽃』(1986)]



  신경 한 올 / 김주완


너무 당기지 마라,

가는 바람에도 울 수밖에 없는

실낱같은 그것을 너무

팽팽히 만들지 말아라

식량과 정신과

피와 땅과 노래와

그 사이에

너와 저들과 그에게

윤리와 꿈과 자연에

그 사이

필요와 필요 사이에

가치와 가치 사이에

내면과 외면 사이에

오! 적막과 소음 사이에

당겨진 채 죽어가고 있는

신경 한 올,

크기로 싸우지 말아라

큰 자는 과시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는 법,

더는 당기지 말아라,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아무 요구도 없이

절대접점은 그냥 그것대로

있어야 할 뿐인

그래야 그의 권위가

그의 필요가 더욱 절실하게 되는

단순하지를 못한

생활이란 게 사람이란 게

그런 것인데

모두는

자리를 지키기만 하여라,

오래전에 모든 것이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그것 하나

그냥 버려 두어라

더는 당기지 말아라,

무작정 당기지를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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