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신경 한 올 / 김주완
너무 당기지 마라,
가는 바람에도 울 수밖에 없는
실낱같은 그것을 너무
팽팽히 만들지 말아라
식량과 정신과
피와 땅地과 노래와
그 사이에
너와 저들과 그에게
윤리와 꿈과 자연에
그 사이
필요와 필요 사이에
가치와 가치 사이에
내면과 외면 사이에
오! 적막과 소음 사이에
당겨진 채 죽어가고 있는
신경 한 올,
크기로 싸우지 말아라
큰 자는 과시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는 법,
더는 당기지 말아라,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아무 요구도 없이
절대접점은 그냥 그것대로
있어야 할 뿐인
그래야 그의 권위가
그의 필요가 더욱 절실하게 되는
단순하지를 못한
생활이란 게 사람이란 게
그런 것인데
모두는
자리를 지키기만 하여라,
오래전에 모든 것이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그것 하나
그냥 버려 두어라
더는 당기지 말아라,
무작정 당기지를 말아라.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1시집 구름꽃[198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벼락 / 김주완 (0) | 2011.03.01 |
---|---|
해부 / 김주완 (0) | 2011.03.01 |
변명 / 김주완 (0) | 2011.03.01 |
자각自覺 / 김주완 (0) | 2011.03.01 |
송년送年 / 김주완 (0) | 201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