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해부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32


[제1시집『구름꽃』(1986)]



   해부 / 김주완


나는 나의 해부가 겁납니다,

차고 날카로운 칼날이 내 몸에

박히는 것이 싫습니다,

내 의지의 모두를 내어 놓는

마취가

영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 속에 번들거릴

노란 지방질을 보이기가 싫습니다,

흉물스런 똥 덩이 거품 덩이가

그들 손에 묻을지도 모릅니다,

지네처럼 꿈틀거릴 굵은

상처가 남는 게 싫습니다,

흐트러진 내 몸의 더러움이

더러운 채로 여럿 앞에

내 던져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합니다,

통증을 참겠습니다,

숨기고만 있겠습니다,

쓰려도 뒤틀려도

아직은 앓고만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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