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해부 / 김주완
나는 나의 해부가 겁납니다,
차고 날카로운 칼날이 내 몸에
박히는 것이 싫습니다,
내 의지의 모두를 내어 놓는
마취가
영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 속에 번들거릴
노란 지방질을 보이기가 싫습니다,
흉물스런 똥 덩이 거품 덩이가
그들 손에 묻을지도 모릅니다,
지네처럼 꿈틀거릴 굵은
상처가 남는 게 싫습니다,
흐트러진 내 몸의 더러움이
더러운 채로 여럿 앞에
내 던져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합니다,
통증을 참겠습니다,
숨기고만 있겠습니다,
쓰려도 뒤틀려도
아직은 앓고만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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