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와중渦中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4:35


[제1시집『구름꽃』(1986)]



   와중渦中 / 김주완


휘 휘 돌고 있다.

누런 황톳물이 똥덩이 같은 거품을 물고

여린 곡식을 덮쳐 달리며

무섭게 무섭게 범람하고 있다.


너의 말이 그의 말이 되고

너네들 말이 그네들 말이 되고

너의 말과 그의 말이

너네들 말과 그네들 말로 접합하고

밤의 살쾡이처럼 은밀히 야합하고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의

저들의 말로 부푼다.


이미 수심水深은 보이지 않고

이미 물문水門은 분간이 되지 않고

이미 저들의 마음은 저들의 행동을 떠나고

이미 저들의 행동은 저들의 말을 떠나고

이미 저들의 말은 저들의 생각을 떠나고

이미 저들의 생각은 저들의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떠나고 모든 것을 벗어나

무수한 세균이 무수한 미립자가

손톱을 세우며 거품을 물고

기하급수의 마당에 분열하며

분열하며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자꾸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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