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꿈땜 2 / 김주완
산길도 아니고 들길도 아닌 길을 가고 있었다. 난데없는 불개미 떼가 자욱이 몰려왔다. 내 발등과 다리, 온몸으로 기어올랐다. 놈들이 세모꼴의 얼굴에 초점 없는 겹눈을 반짝이면서, 연신 내젓는 더듬이 아래 굴삭기 같은 턱을 주억거리면서 내 눈과 코, 입과 귀로 기어들려고 하는 바로 그때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꿈을 깨었다.
다음날 오후 잡풀 우거진 낙동강 둔치를 산책하였다. 온몸으로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들, 떨쳐도 떨쳐도 떨어지지 않는 갈고리 같은 가시 열매를 나는 현관 신발장까지 달고 와 버렸다. 끈질기게 달라붙은 저 야생의 기생물, 잔혹한 습격자인 그것들을 나는 끝내 쓸어내지 못하고 신장 안의 손님으로 거처를 내주고 말았다. 주인은 언제나 그렇게 바뀌는 모양이다.
<2010.11.19.>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다래끼 2 / 김주완 [2010.12.10.] (0) | 2010.12.10 |
---|---|
[시] 뾰루지 2 / 김주완 [2010.11.26.] (0) | 2010.11.26 |
[시] 꿈땜 1 / 김주완 [2011.11.19.] (0) | 2010.11.19 |
[시] 웃음 3 / 김주완 [2010.11.05.] (0) | 2010.11.05 |
[시] 웃음 2 / 김주완 [2010.11.05.] (0) | 201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