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윷놀이 2 / 김주완
태곳적부터 돼지, 개, 양, 소, 말이 살았다. 너무 넓어 둥글어진 벌판 전부가 길이었다. 신들이 이들의 목에 고삐를 매고부터는 가라는 길로만 가야 했고 가라는 만큼만 가야 했다. 신들은 대중없이 이들을 몰았다.
돼지가 뒤뚱뒤뚱 걸어간다. 개가 조금 더 빨리 달리고 양과 소도 앞질러 간다. 말은 훨훨 날아서 간다. 가다보면 소가 말에게 업히기도 하고 돼지가 개에게 업히기도 한다. 어떤 때는 뒤따라오는 양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고삐를 당기면 뒷걸음을 쳐야 하고 멋모르고 달리다가 우물에 퐁당 빠지기도 한다. 조화와 변화가 무쌍하다.
벌판 밖에서 신들은 신이 나서 낄낄댄다. 가지고 노는 윷가락이 땅에 닿으면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우는데 신들은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너무너무 재미있어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춘다. 그들의 놀이를 위하여 자기네 뜻을 뺏겨버린 집짐승들, 그러나 그렇게 산다, 윷판 안에서.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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