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왜관철교 / 김주완
햇살 도타운 이월 중순, 허리 구부러진 팔순 노파가 빈 유모차에 매달려 간다. 분봉을 모두 끝내고 쇠진한 여왕흰개미 여섯 개의 다리가 붉은 에코팔트 바닥 위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백년이 넘은 철교, 다리 경간徑間 하나를 지날 때마다 억지로 허리를 펴면서 숨을 가다듬는다. 은빛 머리칼을 감싼 누렇게 변색된 명주 목도리 깃발처럼 날린다. 지르르 흐르는 눈물 자꾸 훔쳐낸다.
다리 끝에서 되돌아 올 때는 유모차에 앉아서 온다. 앞으로 발을 밀어 후진으로 움직인다. 몇 발 밀다가는 이내 쉰다. 뒤돌아보는 일이 없다. 달리거나 걷는 젊은이들이 피해서 지나간다. 닳은 유모차 바퀴가 잠시 구르다 오래 서있는 인도교 아래 낙동강물이 쉼 없이 흘러간다. 철골의 다리 위 붉은 에코팔트가 하얀 노파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늦겨울 오후 햇살 아래 저 끈적한 생의 접착력, 탄성이 따습다.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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