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윷놀이 1 / 김주완 [2011.02.11.]

김주완 2011. 2. 11. 17:08

[시]

 

      윷놀이 1 / 김주완


윗옷을 벗어 던지고

사람들이 놀이 속으로 들어갔다

놀이꾼과 응원꾼이 되었다


둘로 편을 나누어

가락윷을 번갈아 던지고

동서남북 들판을 가로지르며

편마다 네 마리의 말을 몰았다


윷가락은 이만큼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엎어지거나 뒤집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윷말 몇 동을 굽기도 하고 잡기도 하는

앞으로 뒤로 달리다가

임신도 하고 퐁당도 하는 윷판을 보면서

사람들의 간이 떨어지거나 마르거나 했


놀이꾼은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연방 신명을 냈고

응원꾼은 어깨춤을 추면서도

가슴을 졸였다

침 묻힌 손가락 끝으로

‘모야~’, ‘도야’를 불렀다


놀이 속에서, 사람들은

까맣게 바깥세상을 잊고 있었다

별천지에 와 있었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201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