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야광귀 2 / 김주완
발이 시러워요 앉을 나뭇가지가 없는 하늘에서 일 년 내내 날아다니는 건 좋아요 힘들지도 않아요 운명이라면 그렇게 살아야지요 그러나 맨발이 시러워요 별과 별 사이를 날다보면 내 몸에는 푸른 별빛이 물들어요 한낮의 햇살에도 내 몸의 푸른빛은 바래지지 않아요 나를 비켜가며 화살보다 빠르게 내리꽂히는 햇살이 원망스러워요 혼자 떠돌아다니는 나의 자유를 외로움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낮이고 밤이고 발이 시러워요 밤에는 파랗게 언 내 발이 어느새 푸른 불빛이 되어요 불빛 같은 얼음이 되어요 감각을 잃어버린 발로 날아다니는 건 힘이 들어요 숨이 끊어질 것 같아요 참다 참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섣달 그믐밤이 되면 나는 땅으로 내려가고 말 거예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하늘에서 잠수하여 세상 바닥을 훑으면서 나의 언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을 거예요 나의 도둑질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예요 내 발을 녹여줄 따뜻한 신발이 그리워요 너무 그리워요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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